비가 내리는 날 세미원에 연꽃 만나러 간다
세미원은 그냥 어느 사업지가 운영하는 영업 유원지인줄 알았다
그런데 세미원은 경기도가 운영하는 공공 지방정원 1호라고 한다
6월부터 8월까지 연꽃 문화제 기간이라서 붐빌텐데 비가 내리고 코로나 영향으로 비교적 한적하다
인터넷에 연꽃 검색하면 으례 세미원이 나오는 명소인데 아직 정식으로 가 보지 않아서 카메라를 싣고 우중 속을 달려가고 있다
두물머리는 여러 차례 촬영차 가 보았으나 이곳과 바로 연결되어 입장할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 입장권이 있으면 배다리를 건너 세미원과 연결 다시 입장도 허용된다
인공호수의 연방죽이 아니라 두물머리 한강에 연꽃을 심어 연꽃 단지를 조성해 놓았다
연꽃만이 아니라 백련지와 홍련지 수련정원 연꽃 체험장 물론 종합적으로 조성한 수변공원인 셈이다
비가 오는 날을 선택한 것은 연잎과 연꽃에 맻힌 빗방울 모습을 보기 위함이다
계속 비가 내리고는 있으나 세찬 비가 아니라서 우산으로 받치고 사진을 찍는데는 큰 불편은 없다
세미원 곳곳에 관수세심 관화세미라는 말을 여러 곳에 새겨 놓았다
물을 보고는 마음을 씻고 꽃을 보고는 아름다움을 씻어라라는 의미다
살결같은 연꽃 이마에 맺힌 빗방울이 한층 더 곱다
미당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 하게
연꽃 머리를 가볍게 건드리고 간다
연꽃 얼굴에는 빗방울이 보송보송한데 장독대 질그릇 같은 잎에 모아져 있다가 견디기 힘들면 고개를 살짝 숙여 빗물을 쏟아 놓고는 다시 일어선다
비가 오는 날 젖은 창호지 구겨지듯 낱꽃잎이 처져 있어 완전하게 핀 연꽃은 찾을 수가 없어도
기다란 인연의 끈을 달고 솟아나온 어린 꽃송이들이 얼굴에 부끄러움을 띠고 빗속에서 탱글탱글하다
초파일 연등처럼 활작 핀 연꽃은 없으나 피고자 모여드는 동자승 같은 맺힘꽃들은 맑고 티가 없이 초롱하다
시인은 여기에서 또 다시 인연을 가져온다
이별이게 영 이별 말고 어디 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빗속 연꽃이 피어나고 있는 세미원에서 꼭 맞는 홍연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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