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소백소백 제 이름을 부른다

아리박 2020. 2. 22. 05:37

소백소백 제 이름을 부른다


막바지 겨울이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입춘 지나 우수 절기에 영하 9도를 기록하고 그 동안 보여주지 않던 눈까지 흐벅지게 내린다

아리산방에 내려가 연화봉 박선생에게 연락했더니 지금 연화봉 설경이 좋으니 올라 오란다

이튿날 아침 차를 몰고 죽령에 세워두고 카메라 백을 매고 연화봉을 오른다

정확히 제2 연화봉 강우레이더관측소에 간다 


소백산은 비로봉 1,439.5m. 국망봉 1,420.8m 연화봉1,383m 도솔봉1,314.2m 제2연화봉은 1,357m로 백두대간의 마루금에 골격을 이루고 있다

제2연화봉에는 강우관측탑이 50m높이로 솟아 있으니 8층 전망대에 오르면 1400m 정도가 될 것이다

전망대에 들러 박선생을 만나 우선 오늘 밤 숙박을 위해 대피소에 숙소를 예약하고 촬영 포인트를 설명받고 천문대 가는 길을 택하여 나선다

 

엊그제 내린 눈이 발목까지 덮는데 나 혼자인 줄 알고 오르기 시작하는데 내 뒤를 따라 오르는 등산객들이 나타난다

사진을 찍느라 오르는 속도가 늦어지니까 점차 등산객들이 한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는 속도는 그냥 가는 걸음보다 3배가 더 걸린다는 말이 있다


죽령 입구에서 시작하는 낮은 곳에는 그냥 쌓인 눈이 포장 도로 위에 가득하다

죽령의 높이가 689m이니 낮은 곳도 아니지만 하여간 인적이 수시로 닿는 곳의 눈과는 분명하게 다른 것이 역역하다

국립공원 직원들의 차량이 이따금 보이는데 쇠사슬로 묶은 바퀴 체인 소리가 요란하다


길바닥에도 나목의 줄기에도 가느다란 가지에도 온통 틈이 있는 곳에는 다 눈이 파고 들었다

초반에는 그냥 쌓여 있는 눈이었다

좀 더 올라가자 눈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나무 위에 있는 눈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그냥 쌓여있는 눈이 아니다

색깔도 다르고 존재가 다르고 형상이 다르다

길과 산과 나무와 바위에 함께 있는 눈이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렇게 어울리는구나

어울림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어울림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 치의 당김이나 양보조차 보이지 않은다

그냥 평형이 존재할 뿐이다


어느 지표 한계점에서부터 이런 제로베이스가 존재하는 것 같다

아름다움은 균형에서 시작하는 제로섬이다

좋은 말로 양보라 하더라도 한 구석 마음속에 양보했다는 느낌새는 남는 것이 모든 이의 마음이다

지금 이 자리에는 가장 편안한 제로지대이다

無와 玄의 세계다

인간의 세속을 뛰어 넘는 지점이 어느 한계선에 존재하는 것 같다

그걸 본다

눈 앞에 그것이 펼쳐져 있다

바람이 세차기로 이름난 소백산인데 나무위에 얻혀있는 저 모습은 소백산이 나에게 보여주려는 제 이름값인 것 같다

小白은 素白이다

소백이 제 이름을 부른다

소백 소백. . . . .


이번에 찍은 사진은 다 공개할 수가 없다

두고두고 저장해 놓고 내내 꺼내 보련다

사진을 배운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 쉽게 찍는 폰카가 일상이 됐지만 풀프레임 Raw사진으로 살아나는 풍경을 보면서 즐기는 기쁨도 크다.








이곳은 죽령 부근의 그냥 눈이다


ㅇㅕ기까지는 속세의 그냥 눈



이제부터 살아있는 눈의 생명을 본다


여기에서 부터는 눈이 다르다


눈의 색감부터 다르고


나무와 어울림이 다르다


눈이 아니라 상고대라고 하는 또 다른 형상의 눈.


ㅅㅏ진 기교도 부려보고


여기부터는 그냥 눈이 아니다. 어울림이다


눈 풍경을 사진으로 그려 보고.


아랫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눈 풍경


별천지 세상


이것이 풍경이란 말인가. . .




산경표가 새겨진 제2 연화봉 표지석


우리 조상들의 산줄기 인식, 산경표

           

우리 조상은 백두산에서 산줄기가 뻗어 나와 전 국토의 산줄기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였으며, 풍수지리에서도 백두산을 신성하게 여기고 백두산에서 시작한 생기가 각 지역으로 뻗어 나간다고 보았다. 이렇게 백두산을 중심으로 산지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조선 후기 실학자인 신경준이 표로 정리한 것이 산경표(山徑表)이며, 산경표를 지도화한 것이 산경도이다. 산경표는 산줄기의 흐름을 나타낸 것으로 백두산을 시작으로 하여 지리산까지 흐르는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하고, 백두대간에서 1개의 정간(正幹)과 13개의 정맥(正脈)이 뻗어 나온다.
산경표에서는 산줄기가 *분수계를 이루어 하천과 하천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산경표의 산지 인식 체계는 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권과 문화권을 파악하기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백두대간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 지방, 호남과 영남 지방이 구분된다.

산경표
산경표는 우리나라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나누고, 1,650여 개의 산과 지명을 표기한 지리책이다. 산경표의 산지 체계에는 ‘산줄기는 분수령을 따르기 마련(山自分水嶺)’이라는 원칙이 있다. 즉,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않고 오직 한 길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