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아리산방 봄꽃

아리박 2019. 4. 9. 15:01

아리산방 봄꽃


동강할미꽃 사진을 찍고 나는 일행과 떨어져 하루를 아리산방에 묵어 가기로 하였다

동강 물줄기를 따라 강변길을 땟목처럼 출렁출렁 흘들리며 내려오면 남한강 길목에 아리산방이 있다

사립문 열고 들어서니 빈집에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봄맞이하고 있다


2 ~3일 전부터 강원도 동해안쪽에 산불이 나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스컴에서 뉴스때마다 난리고 정부에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산에는 바짝 마른 낙엽들이 켜켜이 쌓여 불씨만 번지면 그야말도 도깨비불이 되어 수천 수만 날개 돋힌듯 번질 것이다

올 들어 비 다운 봄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왠지 요즘 날씨는 예전과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

봄철이면 봄비가 지나치리만치 오락가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봄비를 본 지가 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산불이 번지는 것도 봄비 영향이 많다


그래도 땅속에 품은 물이 있어 초목들은 갈증을 달래가며 잎과 꽃을 피운다

어쩌면 초목들이 겪는 생존경쟁이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입시경쟁 취업경쟁보다 훨씬 심할 것이다

사람들은 살기 위한 경쟁이지만 초목들은 죽는 경쟁이다

경쟁에서 낙오되는 순간 바로 죽음이 그것이다


빈집에 의연히 집을 지키고 있는 초목들이 대견하다

어쩌다 한번씩 와서 즐기다만 가는 주인이 야속할만하다

뿌리에 김도 매 주고 물도 주는 친절한 주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상농은 풀을 보지 않고 김을 매고, 중농은 풀을 보고 김을 매고 ,하농은 풀을 보고도 김을 매지 않은다

나는 하농 중에 하농일 것이다


그러고도 비어둔 집에 들리면 매화가 반겨주고 진달레가 활짝 웃어주고 개나리가 떼로 몰려와 안기니 대견하지 않은가.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렇지 땅속을 조금만 자세히 들려다 보면 민들레 제비꽃 달래 냉이들이 앞 다투어 손을 내밀고 있다

돌틈에서는 돌단풍이 손을 들어 흔들고 숲속 그늘에는 현호색이 동무동무하면서 보라빛 입술로 유혹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순서를 대라면 이렇다

움직임도 없고 마음도 없는 듯 하지만 침묵과 깊은 사색의 은유인 돌이 으뜸이고

늘 푸른 모습으로 청춘을 말하고 다양한 색깔로 꽃을 피워 변화를 주는 초목이 그 두번째요

살아 움직이나 허튼 말 없이 순리에 맞는 염치를 알고 제 몫만을 찾는 말 못하는 짐승이 그 세번째요

마지막이 인간이다



개나리가 이제 겨우 부리를 내밀어 줄탁동시하고 있다


개나리 노랑노랑들


매화가 갓 피어 곱다


단양 매화는 퇴계매라 해야겠지.  전번 에버랜드에는 율곡매가 있었는데...


이걸 청매라 봐줘야 할지...


 줄기는 청간인데 ..


아리산방 진달래. 주인 없는 빈집에 매번 잊지 않고 피워줘서 고맙다


몇년전에는 마당에 온통 제비꽃으로 가득했다. 제비꽃을 좋아하는 어느 여류가 와서 아리산방에는 자기가 와서 살아야 맞다고.


민들레, 너무 지천이어서 홀대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곱게 피워준다


돌틈 깊숙한 구멍에서 맨 먼저 잎과 꽃을 내미는 돌단풍


현호색은 봄에 일찍 잎과 꽃을 피었다가 다음 봄까지 어디로 사라지고 만다. 어디로 갔는지 꽃이 피우고 나면 잎과 줄기조차 잠수를 타는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그러고는 이듬해 봄만 되면 저런 귀한 보라빛으로 와서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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