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막바지 오월을 붙잡고 있었다

아리박 2015. 5. 30. 19:09

막바지 오월을 붙잡고 있었다

 

오랫만에 산중에 왔다

오월초 한창 싱그러운 새싹이 둗아나고 있을 무렵에 갔다가 이러 저러한 일로 산중 아리산방에 오지 못했다

그러니까 두 순이 넘고 반이 지난 것 같다

마음은 때때로 여기에 있으나 별로 중하지도 않은 도시의 약속과 부질없는 가사로 인해 뜸한 걸음을 하게 된 것이다

와서 보니 마당에는 풀이 제 세상 만난 듯 자리를 차지하고 터알밭에는 작물과 잡초가 어우러져 분간할 수가 없다

심어놓은 고추는 가뭄으로 거의 빈사상태에 있고 상추만은 모종해 둔 것이 가뭄 중에도 풍성하게 자라 있다

그러나 밑의 잎은 말라 전잎이 되어 처져 있고 물을 주지 않아 텃밭 작물이 갈증의 고통을 겨우 버텨내고 있는 것 같다

 

마당에는 키우려는 잔디는 자라지 못하고 잡초만이 우거져 영락없이 주인없는 집이 되어 있다

그래도 울타리에 활짝 핀 장미가 아름다운 자태를 주인에게 꼭 보여주겠다는 듯이 막바지 오월을 붙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열정으로 농익은 모습은 모든 사랑을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디 척박한 돌틈에서 저런 정열을 뽑아내 무한 사랑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일까..

 

 

장미가 주인에게만은 꼭 보여 주겠다고 막바지 오월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월의 아리산방

 

가냘픈 사랑인듯 연한 나팔꽃도..

 

잡초와 딩굴고 있는 터알

 

마당에는 온갖 잡초들이 진을 치고.

 

산딸나무의 개화.

 

하루 종일 잡초를 뽑고 나니 작물들이 좀 보인다

저녁때 저 상추를 송송 썰어 나물처럼 초장에 밥 비벼 먹으니 부드러운 향기가 입 안 기득.

 

토마토 순지르기를 해야 하는데 늦었지만 줄도 메어 주고.

 

대문앞에 매화도 세한의 고통 이겨내고 향기를 주더니 어느새 열매가 탐스럽게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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