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친구 신상조가 사는 산청에 가다
한번은 가 보고 싶었다
집을 지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천왕봉을 맞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속으로 좀이 쑤셨다
순천을 거쳐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주에서 대진고속도로로 옮겨 산청 IC로 나오니 아담한 산청군 시내가 나온다
곳곳에 산청 한방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 꽃등 현수막들이 축제임을 알리고 있다
10월 2일이 개막이라니 단단히 준비한 듯하다
전국에 지방 축제가 많아져서 웬만한 축제는 이름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 요즘이다. 그러나 이곳 산청 축제는 14회째라니 제법 오래된 축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이 동의보감의 허준에 나오는 산음이 산청의 옛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한방에 관심 있다면 이곳 축제가 금방 눈에 뛸 것이다
친구가 단 시간에 산청을 알려 주려고 단단히 준비한 모양이다
저으기 고맙고 애틋하다
오늘 다녀본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깉다
한꺼번에 포스팅하기에는 분량도 많아질 것 같아 두고 다녀 본 기행을 써 볼 요량이다
우선 작가의 집필실이다
59번 국도에서 100미터쯤 약간 떨어져서 계단식 논이 한 가득 황금빛 벼를 담고있는 언덕에 오롯히 지어져 있다
가을 빛에 익어가는 벼는 아직 푸른기를 떨치지 않고 생기를 품고 있어서 완숙의 모습보다 훨씬 곱다
따라온 옆지기도 평소에 말이 없는 무뚝한 사람인데 연상 감탄을 연발하며 말이 많아진다
들판에서 이렇게 살아있는 황금색 벼만 보아도 좋아할 판인데 크지 않은 논배미가 유연한 곡선을 그리는 논두렁 계단을 이루고 산골 다락논이 발 앞에 펼쳐지니 정말 사진에서나 보던 풍경을 보고서 가슴 설레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옛 사람들은 논배미를 만들어도 예술성을 가미한 것인가?
직선의 밋밋함을 제치고 훨씬 힘이 많이 드는 굽은 논두렁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그들은 눈 앞의 합리보다 다른 뭔가를 추구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계단식 논길을 몇개 지나 올라가면 굽어내리는 산 능선이 맺히는 곳에 2층으로 잘 지은 멋진 집이 나오는데 이 곳이 그가 글 작업하게 될 공간이다
널직한 거실과 주방에는 도시의 아파트와 같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 아기자기하게 설계되어 있다
1층에는 어머님이 계시는 안방이 있는데 어머님을 위해 황토방으로 꾸몄다니 그의 효심을 짐작하게 한다.
2층에 방 두칸으로 글 작업 공간을 배치하였다. 이층에 테라스를 두어 달이나 별이 뜨면 더없는 환상에 싸일 것 같다
남으로 난 큰 창은 누워서도 달빛 별빛을 그대로 안을 수 있으리라
앞이 툭 튀어서 건너다 보이는 산봉우리가 지리산 천왕봉이라는데 오늘은 농무로 천왕봉이 우리를 외면하고 보여 주지 않은다
허기사, 온갖 세상의 홍진에 찌들은 몸으로 덕지덕지 묻혀가지고 한번에 다 보려는 욕심이 가증스럽기도 하였으리라
멀리 천왕봉은 보이지 않지만 산줄기로 뻗어내린 지리산 가지들은 어렵픗이 윤곽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으로만도 고맙고 감지덕지다
집은 프로방스식으로 밝은 황토색 벽돌과 황토빛 스페니식 기와로 얻었다.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뛸 만큼 예쁘고 눈을 끄는 외관이 돋보이는 집이다.
난방을 고려하여 벽을 통콘크리트로 치고 외벽에 벽돌을 쌓았다고 한다
나도 집을 지어 본 바 친구의 세심한 신경 씀이 곳곳에 들어 온다. 넓은 창문에 밖을 볼 수 있는 맑은 유리로 시시템창으로 미려하고 난방까지 감안한 채택이다
전망을 가급적 가리지 않고 시원하게 볼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1층과 2층은 내부 계단과 외부 계단이 따로 설치되어 있고 출입구도 별도로 되어 있다
깔금하게 지어 놓은 전원주택 한 채다
마당에 이어진 텃밭에는 상추며 고추며 각종 야채들이 싱그렇게 자라고 있다
그 위로 앞으로 과수를 심을 땅까지 있다고 하니 이곳에서 백년을 기약하고 장만한 모양이다
뒤쪽으로 산과 경계에는 굵직한 돌로 석축을 쌓아 앞으로 세월이 흐르고 이끼 살아나면 더없는 귀한 풍경이 될 것이다
마당앞에 큼직한 둠벙이 있는데 수영장만하고 아래 천수답에 물을 대는 요긴한 용도로 쓰인다. 고기를 잡아 넣어 기르고 있다고 하니 귀한 민물장어나 넣어 기르면 안성마춤이겠다
말 그대로 배산 임수 형국을 가깝게도 멀게도 다 갖춘 양택지다
이곳에서 어머님 모시고 살면서 글을 쓸 친구를 생각하니 더 없이 아름다와 보이고 그의 선택이 믿음직해 보인다
앞으로 맑은 자연을 보면서 키울 그의 문학이 앞 논에 벼이삭처럼 청아하게 익어갈 것이며 황금색 낟알로 우리에게 보여줄 그의 작품을 기대하면서 그의 문운을 빈다
작가의 집필실
따듯하게 맞아주신 작가의 어머님과 ..
과분하게 며느리 노릇도 하고..
이 길이 집필실로 오는 길이다. 이렇게 황홀한 꽃길을 걷다
온통 금빛에 둘러 싸여있는 집필실
얼마나 많은 애환이 저 다락논에 스며 있을까.. 이제 다 키우고 가르쳐 익기만 하면 된다.
텃밭에는 각종 신선 야채들이.. 멀리에는 맑은 산들이 둘러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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