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DMZ 관광 열차를 타고..

아리박 2014. 8. 14. 06:29

DMZ 관광 열차를 타고

 

모든 차를 좋아하는 세살배기 손자 민찬이가 요즘 기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기차를 태워 주기 위해 가까운 기차여행을 검색해 보았더니 서울역에서 도라산역을 가는 DMZ 관광열차가 있다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있어 편리하기도 하다

한나절이면 열차 여행의 맛도 느끼고 DMZ 안에도 들어가 보는 여행이라 많은 기대를 하게 한

 

오후 1시 30분 예약을 하고 서울역으로 나갔다

관광열차 플렛홈은 KTX 타는 곳에 있었다

얼핏 도라산역이 경의선 타는 곳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쪽까지 갔다가 돌아 오는 실수를 했다

모르면 물어 보는 건데.

 

차표는 인터넷으로 구매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6번 홈에 대기 중인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관광열차라서 그런지 일반 열차와는 다르게 화려하게 옷을 차려 입혀 분위기를 띄운다

열차와 만나는 순간부터 기대와 설렘을 주기에 충분하다

손자 민찬이도 깡총깡총 뛰면서 좋아한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꺼내 놓고 늦은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다

열차내에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어 구태어 집에서 준비하지 않아도 될성 싶다

캔맥주 하나를 사서 집사람과 함께 목을 축이며 손주 열차 체험 여행을 시작한다 

아직 제대로 말은 하지 못하지만 보기만 하던 기차를 타는 흥분과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외출이 마냥 즐거운지 민찬이는 좋으면 지르는 꺄악! 소리를 지르면서 좋아한다

 

주위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소년소녀들도 여기 저기 보이고 나이 드신 어르신도 있고 가끔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차량은 3칸인데 인기가 좋아선지 빈 좌석 없이 승객으로 가득 찼다

예쁜 여자 철도원이 오가며 차표 검사와 민통선 출입에 따른 신고서를 나눠주고 안내를 하고 있다

 

출발부터 부드러운 여자 어나운서의 고운 목소리로 자세한 안내와 음악을 내 보내주기 때문에 궁금한 점도 해소하고 여행 분위기도 한층 잡아 간다

음악 신청도 받고 사연도 소개한다고 하니 관광열차 다운 진행인 것 같다

같이 참여하게 사연과 음악을 들으면서 가을 빛이 들기 시작하는 철도길 풍경들이 뒷쪽으로 뒷쪽으로 멀어져 간다

나도 몇 년 전 겨울 DMZ에 와서 쓴 시 한 편을 신청하였더니 직접 읽으라고 해서 바람이 전하는 말 음악과 함께 읊어 주었다

 

 

DMZ에 장단콩을 심다 / 박영대

 

굴 속에서 살던 발톱 한 마리

울고 있는 눈밭을 헤집는다

능선을 가로 질러 집게발을 쳐들고 확성기에 대고 영역시위하고 있다

 

거친 조국어만 어진 산하에 난무하다

경계도 없는 선을 우겨대며 넘나든 탓으로

넙적다리같은 평화의 갯펄에서

흰 거품 게워내며 과시하고 있다

 

우리 안에 가두려는 필사에

발버둥치며 저항하는 굶주린 본능

묶어둔 틈으로 삐져나온 한쪽 허리

손 닿지 않은 슬픈 땅

달래가며 살아온 뼈마디 통증

찬 바람에 시리다

 

가마솥에 푹푹 고아쑨 장단콩

무명베로 싸고

무겟돌로 누르고

한 나절 기다리고 나면

응어리진 원한의 두부 덩어리

 

언덕 하나로 갈라진 군화같이 닳은 세월

헝크러진 부모자식도 못 푼 이별

두부 한 주먹 덥썩 멕여

한이라도 죄값 씻어내 주려는가

 

 

세계 유일의 분단 지역에 있는 민간인 통제 구역안에 있는 기차역을 간다는 것이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인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테마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인상 남을 체험으로 DMZ를 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면에서 DMZ 열차 관광 상품으로 개발할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파 놓은 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에서 비무장지대와 북한을 직접 볼 수 있는 안보관광과

도라산역과 가까운 곳에 조성해 놓은 평화 공원을 돌아 보는 일반 관광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다.

 

나는 전에 안보 교육을 받을 때 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를 가 본 적이 있고 또 어린 민찬이도 있어 새로 조성하였다는 평화 공원을 가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조성된 평화 공원이 너무 부실하다

몇개의 조각 작품과 인공으로 만든 한반도 연못. 탱크와 장갑차 한대씩. 빛 바랜 사진들과 꽃사슴 2마리가 있는 동물원이 고작이다

체험관 안에 설치된 게시물들도 너무 조잡하다

우리나라 공원 조성 능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싶다

관광열차가 운행하는 평화공원이라고 해서 잘 보존된 자연과 야생화 그리고 생태적 보고와 함께 평화에 걸맞는 그런 현장을 볼 수 있으려나 기대했다

일반 개인이 만들어 놓은 어느 공원만도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얼마나 넓게 버려둔 비무장지대 서글픈 땅인가

얼마든지 평화공원으로 활용해서 관광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천혜의 부지 같은 생각이 든다

비무장지대의 생태학적인 미답의 아름다움도 얼마나 좋은 관광 테마인가

중장비 대서 파고 시멘트 바르지 않고 훼손없이 그대로 길만 내어도 천연의 자연 생태와 함께 세계 유일이데올리기 생생한 현장을 충분히 보여 주는 최고의 관광 자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정말 한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여한으로 남은 분단의 아픔을 이평화공원에 고스란히 담아 낼 수는 없었는지 아쉽기만하다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떠난 이별고개,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꼭꼭 묶인 채로 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전쟁을 통해 절절하게 겪어야만 했던 단장의 미아리 눈물 고개 노랫말이 생각난다

이러한 애절의 혼 아리랑의 모습을 이 평화 공원에 담을 수는 없었을까..

 

민통선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원 조성과 관리에 유리한 점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안 되는 쪽으로 생각하면 어떤 것도 안 된다

물론 국방부와 여러 부서들이 협조할 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DMZ관광열차까지 운행하는 관광 상품으로는 한국의 위신에 크게 훼손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와서 보고 가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문화 수준을 어찌 평가하겠는가 부끄럽기만 하다.

 

 

신나는 민찬이

 

관광열차 하트 천장

 

임진강 폭격으로 끊어진 다리

 

 

도라산 평화공원

 

 

 

 

 

음악 방송실과 여성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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