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시인 셋이서 떠난 화려한 여행

아리박 2014. 8. 3. 07:59

       시인 셋이서 떠난 화려한 여행

 

 

ㅇ 김 시인의 고향 강릉에서 시작하다

 

 

 

시인이 서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나도 강릉으로 차를 몰았다

 

교통 앱을 켜고 고속도로 상황을 알아보니 영동고속도로가 원주에서부터 붉은 색이다

한창 휴가 시즌이라서 온 나라 고속도로가 더위에 몸살이다

다시 T-맵을 켜고 확인하니 평창을 거쳐 장평IC로 잡혀 예정시간이 3시간이상 걸린단다

 

약속시간 12시에 맞추기가 어렵겠다

부지런히 달려 대관령을 넘을 때쯤 전화로 한시간 가량 늦을거라 연락하고 도착했더니 도시인과 김시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넘기긴 했으나 일단 바닷가로 가자고 해서 김교수의 추천으로 남항진항으로 나갔다

세상이 확 열리듯 바다가 문을 열고 우리를 맞아 주었다.  역시 바다는 동해로 와야 한다는 결론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오랫만에 만난 모처럼의 화려한 회우를 즐기기 위해 메뉴 선정에서 강릉 물회를 선정했다

식당 주인의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선택한다는 물회 설명과 함께 인심 좋은 강릉 아짐매의 대접을 받다

역시나 동해 바다는 가슴을 트이게 한다

 

교통 사고로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도 시인은 소년처럼 즐거워 한

 

시인과 도 시인

 

필자

 

찜통같은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얼마전에 도 시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작 놀랐다

사고 내용을 듣고 아차 했으면 다시는 얼굴 다시 볼 수 없는 아찔한 사고였다

석달 넘게 병원생활을 하고 나온 도 시인의 아찔한 무용담(?)도 들어 보고 병원에 갇혀 있었던 갑갑함도 풀어 주기 위해 강릉에 살고 있는 김 시인과 함께 작당한 여행이다

 

점심을 마치고 바로 앞 남항진 해수욕장을 거닐며 바다를 가슴에 담았다

강릉 출신 김시인은 강릉 사람들은 경포 해수욕장은 가지 않은다고 한다. 너무 복잡하니까

비교적 아담하고 한산한  해수욕장을 거닐며 출렁이는 파도와 끝이 보이지 않은 수평선과 갈매기와 벅적거리지 않은 조용한 바다를 만날 수 있었다.  어찌나 모래가 고운지 신발을 타고 넘는 고운 모래를 털어내며 화려한 여행을 시작한다

 

 

ㅇ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도 시인의 집필 공간

 

 

 

강릉에 왔으니 도 시인의 집필공간 임곡리 거처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도 시인은 서울에서 가끔씩 배낭에 노트와 책 몇권 넣어 짊어지고 전국의 빈집을 찾아 한달씩 집필을 하고 돌아와 정리하곤 하는 열정을 가진 작가다

이런 시인의 창작 열정은 문단에서도 알려진 사실이다.  5년전 쯤에 이곳 임곡리에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석달간 집필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와보지 못했다고 한다

오랫만에 찾은 곳이라서 몇번을 헤매 장소에 도착해 보니 컨테이너는 없어지고 현장은 고추밭으로 변해 있었다

 

오랫만에 만난 주민들은 하두 오지 않아서 교수님이 죽은 줄 알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거처하던 집까지 없애 버렸느냐고 서운해 했다

잘 익은 복숭아 한개씩을 따 주는 과수원집 이장 농부

왜 이렇게 소식이 없었느냐며 농약 치는 일손을 멈추고  반가와 한다

 

고추밭으로 변해버린 도창회 시인의 집필 공간

 

어이가 없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오년 지나니 이렇게 세월은 무상하게 변해 버리는 현장을 여실히 보고 있다

알던 사람이 얼굴이 안보이면 그저 죽었는줄 알고 잊혀진다

헛헛해진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 일행은 태백산맥을 넘어 정선 아우라지를 들르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옥계를 거쳐 고개 고개를 넘어 백두대간을 넘는 산길은 산의 발등으로 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산허리를 타기도 하고 산머리를 넘기도 하고 산 가슴을 더듬기도 한다. 온 산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듯 백두대간의 애무하듯 달린다

돌고 돌아 가는 길에서 동해 바다며 발 아래 아스라히 내려다 보이는 사람들 사는 동네가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

나와는 상관 없는 먼 세상이 저 아래 펼쳐져 있다. 산 위에서 있어보면 아랫 세상과 한 층 경계 공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늘 나라에서 내려다 보는 이승인것 처럼.

 

흔들리는 차속에서 도시인은 얼마전에 운명한 몇 시인을 되살리며 별난 사람도 죽은지 5년도 안되어서 잊혀진다며 자신의 집필공간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공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ㅇ 백두대간을 넘다

 

 

고산지대는 그들 나름대로 사는 방식이 따로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즐비하게 늘어선 고냉지 채소밭은 고지대 산간인들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저으기 목가적으로 보이지만 저들의 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의 현장을 보고 있다

높은 지역이라서 햇빛이 내리쬐는데도 그리 덥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은데도 시원하다

청명하게 보이는 산과 산의 거리가 무척 가까와 보인다.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건너 산과 산들

바라다 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ㅇ 정선 아우라지

 

돌고 돌아 정선 여량 아우라지에 도착해 보니 오늘이 바로 아우라지 땟목 축제일이란다

널다란 잔디밭에 축제의 무대를 설치하고 개막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우라지 하면 무엇보다도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로 시작하는 정선 아리랑과 아우라지 처녀 총각이다

오래 전에 와 보기는 했지만 근래에 와 보지 못해서 많이 생소했다

구절양장 돌아돌아 간다고 해서 구절리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아우라지 이제는 이곳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총각과 처녀 사이에는 높다란 하늘 다리가 생겨 이제는 나룻배로 만난다는 아우라지 노랫말과는 달라졌다

굳이 의미를 붙인다면 처녀와 총각이 하늘나라에서 상봉에 편리하도록 무지개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고나 할까

 

 

아우라지 총각

 

아우라지 처녀

 

 

아우라지 나룻터

정공채 시인의 아우라지 시비가 있어 반가왔다. 정 시인은 오랫동안 시 공부를 같이 했고 필자를 시단으로 이끌어 주신 선생님이다. 정말 선비 같고 문학밖에 모르던 선생의 문학 정신은 어지러운 세태와 함께 많이 회자되고 있다.

살아 계셨으면 오늘 여행에 함께 초대하고 싶다

선생의 시비가 이곳이 있다니.. 

 

아우라지 하늘다리

 

아우라지 땟목 축제

 

아우라지 둘러싸고 있는 산들

 

정선 화암 부근의 경치

 

ㅇ 아리산방에서 잔을 부딪치며

 

 

세 시인들의 화려한 여행을 위해 저녁은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시장에 들러 준비물을 장만하고 아리산방에 도착하니 어둑어둑 저녁이 다 되었다

저녁 준비를 하는데 그릴불 피우기, 밭에서 토마토 따기, 상추와 깻잎 따기, 고추 따기,

어둠이 깔린 마당에 파티 준비를 한다. 달이 뜨는 때가 아니라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처마밑 외등의 어스름한 불빛이 더욱 밤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꼼꼼하고 솜씨 좋은 김시인의 요리 솜씨가 발휘된 시간이다

바베큐는 맛도 맛이지만 불을 피우고 스큐어에 고기를 끼워 그릴에 익히는 바베큐의 과정이 요리의 백미처럼 느껴지기도하기에 사람들이 바베큐를 즐기는 것 같다

바로 익혀서 잘라 먹는 재미가 캠핑이라도 나온 기분이다

기름이 잘 빠진 바베큐 고기는 평소의 자기 양보다 50%는 더 먹게 된다

불을 피워 산중의 악동 벌레들의 접근을 막는 효과도 있다

 

신이 난 김시인은 흥얼흥얼거리며 조리를 한다

성격 좋은 모습이 저절로 나타난다

고기가 구워지는대로 바로바로 집어 먹으면서 시인들의 화려한 여행을 위해 잔을 부딪쳤다. 

몇차레 부딪친지 모른다

 

여기 세 시인을 위해!

문학을 위해!

화려한 여행을 위해!

아름다운 강산을 위해!

오늘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해!

로버트 프로스트를 위해!

정공채 시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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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느라 매냥 책상앞에서 고민하고 하나의 시어를 찾아내려 애달아하는 시인들에게 오늘의 바베큐 파티는 화려한 여행 일정이다

도 시인은 로버트 프로스트 시인론을 열강한다 

먹고 마시면서 계속된 문학 이야기는 방으로까지 따라 들어와 밤이 이슥도록 계속된다

내일 일정도 있으니 그만 잠을 청하기로 한다

 

 

이튿날 아침 일찍 잠을 깬 김 시인이 주섬 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간다

나와 함께 주변 산책길을 따라 아침 운동을 하기로 하선암길을 가면서 유래와 인적과 사연을 들려 주었다

하선암 앞에서는 나의 시 `불암'이란 시 한편 읽어 주고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숲길로 들어섰

아침이라서 상쾌하기도 했지만 발에 밟히는 낙엽길은 절로 시심에 젖어 들게 한다

서로 아무 말 없이 어둠이 아직 덜 가신 숲길을 한참을 걸었다. 지금의 이 분위기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홍암 앞에서 생각에 잠긴 김 시인

 

선암계곡 바위에서 찍은 김 시인 사진.  잘 나왔다고 자기 카메라에 저장해 달란다

 

이 기분이 시인의 작품속에 녹아나기를..

 

소선암 자연 휴양림.

 

ㅇ 소백의 품안에 풍덩

 

해빛은 내리쬐고 바람은 잠잠하다

산속이라고는 하나 열기가 마당을 달구니 방안으로 들어오는 더위를 피할 수가 없다

계곡에 가서 발을 담구자고 김 시인이 졸라댄다

그냥 방안에 있기에는 어제 먹은 에너지가 충만해져 터질 것 같은 모양이다

요즘 가뭄이 심해서 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계곡의 물도 줄었는데 더군다나 휴가객들이 몰려 들어 계곡도 포화 상태다

마땅히 갈 만한 계곡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예전에 나 혼자만 가 본 깊숙한 계곡을 생각해 내곤 일행을 그리로 안내했다

가는 길에 나타나는 바위 치에 연발 야호를 외쳐대는 김 시인은 역시 젊고 밝다

그런데 계곡에 물이 말랐다. 사람이 건널 수 없을 정도로 많게 흐르던 계곡에 물이 말라 허옇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과연 위에는 물이 있으려나 의구심을 갖고

차량이 겨우 한 대 다닐 수 있는 외진 길로 소백산 품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니

폭포가 있던 자리에 비록 수량은 줄었으나 아쉬웠지만 얼마간의 폭포가 유지되고 있었고 폭포 아래 맑은 물이 고여 소를 이루고 넘치고 있었다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신발을 벗고 물 속으로 몸을 담궜다

용감한 김 시인은 훌훌 벗고 폭포가 떨어지는 소 안으로 풍덩 소백의 깊숙한 품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 속 우리 셋이서만 소백산이 내어 준 품 안에서 화려한 여행을 하고 있다

 

화려한 여행을 마치면서 아리산방 앞에서

 

굿 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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