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

아리박 2014. 5. 8. 08:57

이영혜의 시집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

 

 

 

 

아리산방 빨강 우체통에 반가운 시집이 도착해 들어 있다

이영혜 시인이 첫 시집이 나왔다고 보내 주셨다

 

손글씨로 드림의 말과 함께 낯 익은 글체도 동봉해서.. 

 

함께 문단에 나온 시인인데 이 시인은 문학 공부를 더 해서 다른 문학지으로 한번 더 검증받았다

공부도, 하는 일도, 사는 것도 빵빵한 시인은 시를 쓰기에 너무도 확실하게 윤택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지 않고 시를 만지작거린지 십년 넘게..

 

이 시인의 시를 보면 몸과 마음을 짜내고 깎아내는 감상이 아니라 할 말을 다하고 정당하게 요구하는 중산층의 시를 쓴다는 감이 든다

거기에 충분한 공감과 사유가 들어 있다

천연 물감을 풀어 천연의 색갈로 대상을 그려내는 이차적인 감성을 그려내는 이 시인만의 특별한 작업이다

발표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음은 이 시인의 시력에 비해 과작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내가 본 시인중에 이 시인처럼 공부 잘하는 시인을 본 적이 없다

타고난 공부 이력에다 온 집안으로 후세에까지 영향이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훗날 이시인의 자녀들의 활동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시대 여담처럼 부러울 것 없는 여자들의 로망이고 뒤돌아서 질투심 일게하는 시인의 갖춤과 평안함이 시 곳곳에 나타나 있다

시집 뒤편 해설까지 읽었는데 해설자의 깊이가 시인의 시 세계에 미치기까지는 풀어 줄 낚시줄이 충분하지 않다는 아쉬움이다

 

 

시집에서 시 한 편 적는다

 

 

금계의 선을 넘은 유혹들이 화들작 만개했는데요

혼자서는 수줍고 두려워 서로 손잡고 어깨까지 기대며

낭창낭창 쇠창살 타고 오른 붉은 입술들

환호하며 벌어졌는데요

담장 안 꼿꼿한 꽃들도 모두 몸 달아 까치발로 목 젖히고

길가 양버즘나무들도 한껏 음흉하게 휘어졌는데요

도도한 가시도 숨기고

상징도 깃발도 다 잊고

거리의 계집들 새빨간 겹치마 활짝 열어제치면

우리도 레드카펫 밟고 죽음의 탱고를 추며

월장이나 꿈꿔 볼까요

근데 여봐요

난 무슨 향기 더 버려야 그대 앞에 필 수 있을까요

 

                                   - 덩쿨장미 / 이영혜-

 

흐드러지게 핀 넝쿨장미에서 시인은 계절의 나른한 여유와 관능을 집어낸다

어쩌면 고양이 하품에 빠질 수 있는 나태에서 벗어나 시어들에게 현악기의 탱탱함 같은 긴장을 주어 읽는 재미를 준다

시대적 요구가 느리고 처진 우울과 침잠의 페이소스에 국한하기만을 원하지 않은다

삶의 모습이 보다 밝고 당당하고 할 것 하는 그런 시인을 바라는 시대다

진정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인이 아닐까. 

 

 

                         갖출 것 다 갖춘 이영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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