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의 두 여인(월악산, 금수산)
아리산방 가을 문학의 밤이 있는 날이다
새벽 7시 서울에서 출발하는 이창원 시인과 함께 도창회 시인댁에 들려 교수님을 태우고 외곽 순환고속도로를 올라서니 이른 시간임에도 도로는 어김없이 바쁜 도시민의 출근 길에 막히고 만다
거북이 걸음으로 중부 고속도로를 진입해서 광주쯤 지나니 도로가 뚫리기 시작해서 정상 속도를 낼 수가 있었다
영동 고속도로를 들어서서 여주 휴게소에서 해장국물로 아침을 때웠다
가는 길은 중부 내륙 고속도를 타고 충주 호반길을 거쳐 가려고 한다
한창 무르익은 단풍을 호수빛에 담그고 있는 산들이 펼치는 가을 풍경을 즐기면서 가기 위해서다
호숫길에 접어 들자 호수와 하늘이 분간이 되지않은다
물빛 산빛 하늘빛이 모두가 파아란 옷으로 갈아 입고 유행을 따라하는 패션거리 같다
굽이굽이 강변길을 따라오다가 월악산 정상 여인의 얼굴이 보인다
머리를 길게 늘여뜨리고 오똑한 코가 유난히 뚜렷하다
풍만한 젖가슴을 들어 올리고 유연한 몸매까지 울긋 불긋 단풍 옷으로 갈아 입은 여인은 한가로이 맑은 하늘을 향해 누워 있다
월악산 정상의 여인 모습
호수가 산을 둥둥 띄우고 있다. 귀엽다는 듯 호수는 어린 동생을 어리듯 산을 보듬어 안고 어리고 있다
누나 품에 안겨 편안함을 즐기듯 하고 있는 산은 호수에 단풍색으로 색칠하고 논다
한참을 지나 옥순봉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 청풍호의 맑은 물에 자신의 몸을 씻고 있는 옥순봉이 정갈하다
호수 위를 떠다니는 유람선에서는 옥순봉 바로 앞에다 갖다 대고 바위마다 얼킨 전설을 유행가 부르듯 쏟아내고 있다
다시 제비봉을 돌아 멀리 금수산이 눈에 들어 온다
이제 두번째 산 여인을 만날 차례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정숙함이 돋보이는 여인의 자태다
가을 문학을 위해 가는 시인들을 산정의 두여인이 형형색색의 고운 단풍 옷 갈아 입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금수산의 여인 모습
두 여인을 바라보고 있는 시인들은 또 어떻게 시를 지어 이들을 위로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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