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순봉에 멈춘 시간들
가혹하게 가물기만 했던 여름이 쫓기듯 허둥지둥 달아나면서 비가 하루 걸러 내린다
산중에는 아침 저녁으로 시원함을 넘어 한기를 느끼게 하여 밤으로는 잠깐씩 난방을 하고 자게 한다
겨우 발목을 적시던 앞 계곡물도 이젠 세찬 물줄기를 쏟아내고 제 기운을 찾은듯 하다
그동안 채우지 못한 청풍호에 물이 불어나면서 바닥을 들러냈던 남한강 물줄기가 유연한 허리를 보여 준다
찰랑찰랑 가득 채운 호수가 풍만한 몸매라면 지금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마른 체형의 군살없는 다이어트 몸매라고나 할까.
한 동안 장외 나루터에 유람선이 뜨지 못할 정도로 물이 바닥나서 유람선이 청풍 하류로 옮기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한 열흘 지나면서 유람선이 돌아 오고 구담봉과 옥순봉의 모습도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아침 일찍 청풍 호반에 나가 물에 흠뻑 젖은 옥순봉을 만났다
아직 강바닥에 자란 풀들이 푸른 자리를 깔아 놓은 듯 청풍호수의 본 모습을 찾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차츰 초원을 차올라가는 강물이 늦여름과 함께 더 짙푸르러 보인다
산과 들에는 갈증 덜 풀린 숲에서 일단 내린 빗물은 배불리 머금고 흘러내는 수량이 아직은 많지 않은 듯하다
완전히 숲이 갈증을 해소하려면 200mm 정도는 더 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제야 되살아난 산들이 내품는 푸른 숨소리를 듣는다
숲에서 갈증을 푼 나무들의 천진한 웃음 소리가 들린다
산 위 메말라가던 바위에서는 까망 눈망울이 초롱인다
강에서는 이들의 재잘거리는 모습이 귀여워하는 흡족해하는 모성이 느껴진다
그런 산중의 모습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아침 안개가 나타났다 흩어졌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산중의 감정을 알려 주고 있다
이렇게 강은
산과 숲,
바위와 으아리.
두꺼비와 다람쥐.
물속의 붕어.
이미 풍경이 되어 버린 전봇대를 품안에 키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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