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광화문 글판
광화문 네거리에 나갔다가 새 단장한 광화문 글판이 바뀐 걸 보았다
가장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에서 따 온 글이다
눈물이 나도
분노가 치밀어도
그래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사랑의 `그래도'라는 마음속의 파릇한 섬을 새 봄을 맞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도시에서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은 산중에서 숲을 걷는 청량한 기분이다
그래도..
교보빌딩 광화문 글판의 `그래도..'
12. 23 분수. 충무공의 마지막 남은 우리 전선 12척, 23전을 치러 23전을 승리한 기념 숫자라는 분수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앞에서 힘차게 솟아 오르고 있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 승 희 -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고 사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 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과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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