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여의도 한바퀴

아리박 2012. 12. 31. 05:08

여의도 한바퀴

 

서울에 이렇게 눈이 쌓인 적이 드문 일이다

눈에 갇혀서 아니 핑계에 갇혀서 나들이를 참아내고 있는 궁뎅이가 좀이 쑤신다

단단히 갖춰입고 슬슬 여의도 한강변을 돌아 오기로 한다

 

 

도시는 살아 있다

날마다 스카이 라인이 변해간다

예전에는 국회를 넘는 건물이 없었는데 이젠 국회의사당 건물이 초라하다

민의가 초라해지는 것 같다

 

 

 

 

인적 끊긴 여의도의 한적

풀밭에 내린 눈 위에 모든 것과의 단절이 고스란하네

사람들의 얄팍한 사랑의 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추우니 거들떠 보지도 않는 변덕. 

 

 

도심으로 렌즈를 돌렸다

한강을 건너 광화문쪽. 앞에 보이는 건물은 합정동 부근의 새로 들어선 스카이 뷰

뒷쪽에 서울의 가장격인 북한산이 흰 두루마기를 입은 모습, 정겹다

 

 

한강 얼름 위를  보금자리 삼아 앉아 있는 오리떼

발이 얼마나 시러울까

 

추운데 참고 있는 걸까.

안추워 놀고 있는 걸까

 

 

여의도 마리나 정박장

강 중심부로는 아직 얼지 않았지만 강변으로는 꽁꽁 얼어 얼음이 요트를 붙들고 갈길을 막고 있었다

건물 사이로 남산 서울타워가 보인다

 

 

둔덕 잔디밭을 넘어 북한산을 찍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매번 이곳 잔디밭을 지나면서 엉뚱한 생각을 한다

천 평쯤되는 잔디밭.

 

 

샛강을 지나면서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다

옆에 들어서 있는 의원회관을 보지 않으려고 여간 고심했다

국회는 좋은데 국회의원은 보기 싫어서인지 국회를 가리고 있는 의원회관은 보기 싫다. 그래서 의원회관은 제외시켰다

상상해 보면 국회의원이 국회를 가리고 있는 것 같다

 

 

 

샛강가에 보도.

아무도 찾지 않는 빈 보도에 순수와 고요가 가득하다

아무 흔적도 없는 평화여 !

 

 

빈 보도위의 여인

이 도시의 적막을 혼자서 둘러 쓰고 있네

 

 

도시의 스카이 라인은 날마다 변해 간다

여의도의 마천루.

IFC 앞으로 새로 생겨가는 거대한 몸집들

 

 

신길역과 여의도를 잇는 육교

공중에 커다란 그믈을 쳐 놓았다

옛날 참새 잡으려고 그물치고 놀던 생각이..

 

 

63빌딩과 주상복합 아파트

오늘은 빛의 방향에 따라 63빌딩의 색갈이 다르다

평소에는 황금색.

나도 황금에 눈目이 어둡다

지금은 눈雪이 주역인데.

 

 

흰 눈이 도시를 포근히 덮고 잠 재우는 듯

서울도 이런 조용함과 포근함이 자주 있었으면 싶다

한강 철교가 깊은 잠에 빠진 듯 편안하게 누워 자고 있다

 

 

용산 시티 파크쪽으로 한강과 아파트와 도시가 눈으로 잠시의 평화를 누리고 있다

저 파아란 강물은 눈이 오니까 더욱 단장하고 멋을 부리고 있다

아마도 모처럼 찾아온 눈에게 더 잘 보일려는 여인네의 마음.

 

 

정겹게 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건물이 하나 있어서..

눈 쌓인 저 마당 바라보고만 있어도..

 

 

63빌딩의 위용.

여의도 한강 둔치가 온통 눈밭이다

어릴 적에 뛰놀던 동네 한바퀴 동구밖 같다

얼마만에 보는 서울의 한가함인가

 

 

한강철교를 넘어 강남쪽으로 렌즈를 돌렸다

어쩐지 다리 넘어에는 요란스런 도시가 펼쳐질 것 같다

시끌벅적한 강남에는 오늘도 휘황찬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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