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문공의 관상
중국 송나라 때 범문공(凡文公)이 당대에 유명한 관상쟁이를 찾아갔다.
이 관상쟁이는 사람이 집 대문에 들어오면 샛문 유리를 통해서 이미 관상을 다 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사람이 일국에 재상이 될 상 같으면 마당까지 나가서 정중히 맞아드리고 원님쯤 될 상 같으면 토방쯤 나가서 맞아들이고 진사 벼슬쯤할 상 같으면 문 열고 들어오라고 하고 그렇지도 못 할 사람 같으면 아예 문도 열어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범문공이란 사람이 자신의 미래가 궁금해서 관상을 보러 갔는데 행여나 했더니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들어오라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내가 후일에 재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관상 좀 보아 달라고 하니 관상쟁이는 당신은 재상이 되지 못하겠다.
그래서 범문공이 관상을 안보고 그냥 나왔다.
며칠이 지나서 범문공이 관상쟁이를 다시 찾아가 종전에 나보고 재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러면 의원은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이니까 한의사나 의사하면 대접 받고 살았지 옛날에는 의원이 신분이 아주 낮은 사람의 직업이었다.
관상쟁이는 범문공에게 당신은 왜 의원이 되려고 하느냐 물었다.
범문공이 말하기를 내가 내 개인의 출세와 영광을 위해 재상이 되려는 것이 아니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건지기 위해서 재상이 되고 싶었는데 안된다고 하니 병고에 시달이는 사람이나 돕고 싶어서 의원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더니 관상쟁이는 당신은 앞으로 재상이 되겠다고 했다.
엊그제는 안된다고 당신이 말해놓고 이제 와서 재상이 되겠다고 하니 어떻게 된거요? 하고 물으니까 관상쟁이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관상이란 색생(얼굴상)이 맨 먼저고 둘째는 골상(뼈상)이고 셋째는 심상(마음)인데 색상은 불여골상이요, 골상은 불여심상이라 자고로 얼굴상은 골상만 못하고 골상은 마음상만 못하다고 했다. 당신의 색상이나 골상은 별로 시원치 않아 재상감이 아니지만 심상 즉 마음 쓰는 것을 보니 재상이 되겠다고 설명해주었다.
왜냐하면 자기 개인의 출세를 위해서 재상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건지기 위해서 재상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범문공은 과연 벼슬에 등용되어 송나라 때 재상을 20년간이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 이 이야기는 오랫만에 찾아 뵌 윤승혁 선배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다
자주 찾아 뵙고 싶은 마음이나 그러질 못해 항상 마음속에 거리낌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뵐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큰 일하시다가 이제 초야에 묻혀 농사에 전념하고 계시면서도 사서삼경을 필사하고 고향에서 든든한 어른으로 계시는 것을 보니 참으로 존경하고 싶은 어른이시다
이렇게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 짓고 지낼 수 있는 것이 참 다행이고 잘했다고 말씀하시는 그 분.
심상이 바르면 언제 어디서건 최고의 덕목이라는 교훈.
'오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진강의 가을 (0) | 2010.12.02 |
---|---|
첫눈 (0) | 2010.11.30 |
한국 민족 문학상 수상 (0) | 2010.11.26 |
추엽 군무 (0) | 2010.11.20 |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이지 못해서 외롭다 (0) | 2010.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