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드론 사진

첫 눈 스튜디움

아리박 2024. 11. 28. 03:43

첫 눈 스튜디움
 
첫 눈이 내리니까 온 도시가 들썩인다
미리 눈이 오는 것을 알고 있는 방송들이 첫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쑤셔서 언제쯤 오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일기 예보를 통해 하늘의 일까지 알고 있는 인지 능력이 고맙기도 하지만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 점하게 될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당연한 일기예보 가지고 무슨 소리냐 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너무나 많이 알아버린 인간의 능력이 얄밉기도 하다
 
자다가 새벽 한 시쯤 잠이 깨어 창문으로 내려다 보니 도로에 얕은 눈이 깔리고 가로수 위에 흰눈이 쌓여 있어서 눈이 온 줄 알고 아침에 일어나니 첫눈치고 너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한강을 따라 가면서 첫 눈을 담는다
 
너무나 갑자기 변해 버린 풍경들이 밤사이에 완전 변신했다
아직 대처하지 못한 단풍들
아직 푸른 기가 남아 있는 수양버들
첫 눈을 예측하지 못한 인간 아닌 것들은 그냥 첫눈에 대비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내리고 있는 눈을 그대로 다 받아내고 있다
 
온 세상을 모두 하얗게 변신하려는 눈은 누구를 가리지 않고 하얗게 하얗게 눈 옷을 입히고 하얀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
밤새 내린 눈이 상당하여 날이 새고 있는 7시쯤에는 7cm 정도는 쌓여 있는 것 같다
그 무게가 무거운지 나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신발에 밟히는 물눈(습설)이 거의 물 수준의 눈으로 밟으면 바로 물로 녹아 버리는 상태다
 

사진을 스튜디움(studium)과 푼크튬(punctum)으로 나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9Roland Barthes)는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했다
 
어떤 사진속의 사진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요소 등을 스튜디움이라고 한다. 그냥 사진이다
대부분의 사진에서 재현되는 대상은 그것이 함축하거나 상징하는 의미 즉 문화적인 코오드를 가질 수 있다
가령 초가집과 토담이 보이는 배경에 엉뚱하게 현대식 양식으로 지어진 양옥이 병치시킨다면 혹은 황량한 아스팔트 틈 사이로 돋아난 잡초를 보여 준다면 우리들의 문화적 코오드에서 읽혀진다. 시골 간이역에 짐 보따리와 지팡이를 쥐고 앉아 있는 할머니의 흑백 사진 이러한 이미지들은 재현된 대상 중에서 다소 함축적인 의미 신구 문명의 교차 , 분명한 함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사진을 보는 감상자의 앎과 의식 속에서 즉각적으로 번역되어 읽혀지고 누구나 공감하는 객관 타당한 의미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진이 자신에게는 가슴을 찌르는 오랫동안 응어리 지는 요소를 푼크튬이라고 한다
사진의 어떤 요소가 마음을 훅 찌르는 것, 구멍, 찌름, 가시, 진짜 감동을 말한다
우리가 인식의 실체로 인정하는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구체적인 현상을 지칭하지 않는다
이는 대상과 그 지시 대상 사이에서 언제나 일 대 다수의 불특정하고 불확실한 개념을 말하고 있다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관객이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진의 기호 코오드를 해석하는 것, 철저히 비정형화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 이것을 푼크튬이라 지칭하고 있다
 롤랑 바르트는 푼크튬이 없는 사진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사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푼크튬은 만들고 싶다고 아무나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시공간적 상황 그리고 사진 기술도 포함하여 예술의 극한 상황에서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 품크튬 이론은 다른  장르에서도 적용되어 작가들은 가시처럼 찌르는 푼크튬 찾기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사진의 구도, 기술적인 측면만을 가지고 사진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 본질을 치밀하게 탐구해야 한다는 의미이리라
사진가는 푼크튬 사진을 찍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발견하고, 기다리고, 가슴을 콕 찌르는 감동을 찾기 위해 노력을 들이는 것이다
굳이 푼크튬을 정의 하자면 사진적 사실주의에서 찍혀진 대상으로부터 무엇을 뜻한다라는 객관적 영역 밖에서 뭔가 분명히 형이상학적으로 존재하는 의미의 과잉 혹은 결핍을 말한다
이때 존재론적 관점에서 볼 때 푼크튬은 의미를 가지지않는 무개념이 아닌 탈의미 혹은 탈 코오드,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화적 코오드로부터 이탈한 다른 종류의 주관적 의미(가능태로서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우리의 이성이 도탈치 못하는 영역 속에서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어떤 이상한 현상이나 대상 혹은 예견치 않았던 사실에 대한 의문을 말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논리로 볼 때 언제나 의식의 혼동과 무질서를 동반한다. 철학적으로 이러한 개념은 형상이탈에 관계하는데 역사적으로 많은 선구자들의 진보적 예술 행위들이 여기에 속한다. 오늘날 흔리 말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근본적인 표현 대상도 사실상 이성과 의미 그리고 문화적인 앎으로부터 이탈된 형이상학적 대상인 것이다
 
 
오늘 찍은 첫눈 사진은 감히 푼크튬에는 이르지 못한 그냥 첫 눈이라서 보이는대로 스튜디움 수준으로 올려 놓는다
 
 

첫 눈밭

 

관악산

 

북한산

 

 

 

 

 

 

 

 

 

 

 

 

 

 

 

 

 

 

 

 

 

 

 

 

 

 

 

 

 
 

 

 

 

 

 

 

 

 

 

 

 

 

 

 

 

 

 

 

 

 

 

놀랐다

 

 
 

 

 

 

 

 

 

 

 

누군가의 첫 눈 사인

 

 

 

 

 

 

 

 

 

 

 

첫 눈 앞에 다들 공손해진다

 

 

 

장미

 

한 발 먼저 간 발자국

 

 

 

 

 

 

머리를 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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