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단양 초코석 만추경

아리박 2024. 11. 27. 03:14

단양 초코석 만추경
 
이 수석은 전통적인 단양산 초코석이다
초코석은 수석인들이 부르는 갈색(초코렛색)의 단양돌의 다른 이름이다
단양 수석중에 으뜸으로 오석과 초코석을 친다
 
단양에서 토출된 강질의 모암이 선암계곡을 거쳐 남한강 바닥을 구르면서 모양을 잡아가면 오석으로 초코석으로 탄생한다
그 중 초코석 모암 지대가 선암계곡 속칭 상수도지역이라는 산지로 수석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 수석은 자연인이 대대로 소장하고 있던 돌을 내게 건네 준 수석이다
얼필 보기에는 성근 핏이 수마되지 않아 거친 듯 보이지만 생긴 형상이 큰 산 줄기 사이에 급경사 깊은 계곡을 품은 단양의 홍암 풍경으로  잡혀 있다
여기에서 수마가 더 진행되었다면 나를 만날 수 없는  운명이 되어 서로 비껴 갔을 것이다
그것은 미모의 명석에 몰려드는 재력에 의해 서로 눈치 싸움에 팔려나가 어느 고택의 진열장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운명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덜 진행된  상태가 오히려 자연스럽고 현지 지형을 알고 있는 내게는 친근한 풍경으로 다가 온다
급경사와 깊은 계곡은 생생한 현장 실경을 보여주는 듯하다
밑자리를 보면 반듯하게 잘 잡혀 있어서 돌의 균형을 잡아준다
 
온 산과 계곡에 가을이 왔다
단풍기를 지나 낙엽 진 만추경를 그리고 있다
단풍 절정기를  지나 가을 끝마무리 잎 몇 개를 달고 바람에 지는 낙엽이 가로에 쓸쓸히 딩구는 소슬한 만추 근산 풍경이다
 
 
얼마 전 단풍 절정기를 맞춰 시담 문학 행사를 치렀다
선암계곡 단풍절정과 맞추기 위해 시기를 몇 차례 조정해 가면서 날자를 지정하고 치른 시기 선택이었다
시와 함께 평생 글을 써온 시인들이 밤을 세워가면서 가을 밤을 지세운 기록은 산골 오두막 산장에서 가물거리는 불빛속에 책장 넘기는 부스럭 소리는 실솔과 함께 깊어가는 늦은 가을밤의 정취이다
 
움퍽 패인 천 길 절벽 안에 계곡이 흐르고 온 산이 만추로 덮인 계절을 꼭 안고 있는 풍경은 실경보다 리얼하다

나는 수석을 시작한지 한 40년이 넘었다
시간 날 때 직접 산지를 찾아가 직접 돌을 채취했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제 손으로 탐석한 것들이다
좋은 돌을 구입하려면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다
물론 거액을 들이면 쉽게 좋은 돌을 수집할 수 있겠으나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직접 탐석한 돌은 자기 역사가 생겨 더 애착이 간다
아무리 오래 돠어도 탐석지 등 스토리가 얽히게 되어 정이 돌과 함께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런 돌을 좋아 한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수석에 정이 들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죽을 때 수석 한 점과 같이 묻히고 싶다
그 생각을 하면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된다
곁에 내가 좋아하는 수석이 있을 테니까.
 
 

단양 상수도 초코 만추 홍암

 
 

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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