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방 출판 기념 김훈동 시인 산수연
수원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에서 열린 김훈동 시인의 출판 기념식은 여느 출판 기념식과는 달랐다
아니 ‘시심방’이란 책자가 여느 시론집이나 시집과는 많이 달랐다
65년 등단 시인이니까 59년을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해 온 평생 시인으로 지금까지 시를 쓰면서 보고 듣고 읽은 시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짧게 단문으로 요약해서 정리하였다
그러니까 시 아포리즘이다
누가 시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단 말인가
시인은 시심방에서 '시인이 될래요 / 시만 읽을래요' 라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말하고 있다
시인이 꿈이었던 것을 알았고 시가 가장 읽을 만한 것을 알았다는 말이다
팔십 평생을 살면서 깨달은 것이 시인이 될래요 시만 읽을래요이다
가장 순수한 상태가 동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시인은 그 경지에 이른 것임을 한 마디로 써 놓고 있다
오늘 행사에서 여러분들이 김훈동 시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나온 수사는 아이디어맨이라는 말이었다
많이 들어본 시에 대한 막연했던 시론과 창작기법까지를 한 마디로 요약했다
김훈동 시인은 필자와는 직장 동인 선배이면서 문단 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
올해로 산수이니 20세에 시단에 등단하고 당시에는 등단이 무척 어려운 시대였다
시인은 직장 신문사에서 주요 직을 맡아 신문을 편집 발간하는 직책을 맡아 직장 발전에 기여하였다
여기에서도 문학적 소양과 아이디어를 내어 신문을 크게 키웠다
워낙 인원이 많고 업무가 다양한 큰 직장이라서 근무하는 동안은 서로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고 지내왔었다
같은 문학 심포지움에서 만나면서 깊어지기 시작했다
시심방詩心房은 시의 심장, 시의 안방, 시심이 편하게 자고 먹고 쉬고 안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그 편안함이 집안 안방만큼 안온하고 편안하다는 것이다
시인은 스스로 청봉서사晴峯書舍라는 이름으로 글방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번에 출판하는 책자 이름을 시심방으로 작정한 것은 산수 세월 동안 시와 함께 살아오면서 시에게도 시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심방을 들여다 보면 수많은 시집과 시론집을 읽으면서 한 권에서 가장 에센스를 끄집어내어 여기에 모아 두었다
한 권의 책이 단 몇 줄짜리로 요약하기까지 그의 시령으로 털어버릴 건 털고 가지도 촐개버리고 밑둥과 뿌리만 남아 있다
시인이라면 아 그렇지~ 하고 수긍하면서도 정리하지 못해서 꺼내놓지 못하던 시론을 이 작은 소책자로 요약해 언제 어디서든지 꺼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것이 아이디어인가
곁에서 같이 있어보면 매사를 그냥 두지 않는다
개선할 것이 금방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다행히 시인이어서 시인의 마음대로 글로 써서 다행이지 실제에 있어서 일일이 지적한다면 옆의 사람은 상당히 피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선하면 좋은 방향이라면 따라야 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능력자다 이런 분에게 뭔가를 맡겨 두면 뭔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진 분이다
오늘 행사에는 수원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비롯해서 이재식 시의회 의장, 경기일보 이순국 대표이사, 경기도 여성단체협의회 이금자 회장, 대한적십자사경기도지사 이재정 회장,, 농협중앙회경기지역본부 김광식 부본부장 등 많은 기관장들이 참여해 축하해 주었고 최미란 선희석 시인이 시심방 글귀를 낭독하였다
이날 가야트리오는 김훈동 시인의 작시 ‘수원 아리랑’을 가야금으로 연주하였다
이어서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 손해일
수원문화재단 오영균 대표이사
수원문화원 김봉식 원장
수원예총 오현규 회장이
덕담을 주셨고
수원문인협회 김운기 회장이 이 책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시심방을 요약해 설명해 주었다
관여하는 단체가 얼마나 많은지 수 많은 단체장과 소속인들이 축하객으로 참석해 김훈동 시인을 격려하고 그를 따르는 모습이다
산수傘壽이면 적지 않은 노령인데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건강도 잘 유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마음 자세가 활동적이고 적극적이고 건강하다
10년 20년 30년 젊은이들이 서슴없이 형님이라 부른다
오늘 산수연 진행은 김경은 시인이 맡아 진행하고 가야트리오가 가야금 연주로 시심방 분위기를 차분하게 잡아 주었다
여기쯤에서 시심방 아무 쪽이나 펴서 한 페이지를 읽는다
♧ 좋은 시는 감동이 깊고 여운이 길다
백명이 읽어도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오기 마련이다 적당히 드러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하는 것이 시다. 이것이 시의 매력이고 상상력이다
♧ 설명하려는 시는 죽은 시다. 사족을 달지 마라. 시의 완성도를 떨어 뜨린다. 시는 태어날 때부터 강한 생명력을 품고 태어난다. 이 생명력이 독자의 가슴에 들어가서 눈물샘을 자극하가나 깊은 곳을 헤집어 놓는다. 머릿속에 숨어들어 휴면을 취하다가 깨어나 뒤통수를 한 방 때리기도 한다
♧ 시에서 언어와 문법의 변형을 허용한다. 이를 시적 허용. 시적 자유. 시적 파괴라고 한다. 시에서 마침표. 쉼표를 비롯한 문장 부호 생략도 허용한다. 한국현대시에서 보편적 현상이다.
시인의 시 한편을 읊는다
서문序文
김 훈 동
서문은
글 향내 서서히 풍기는 현관이다
미로처럼 얽힌 실타래 풀고
숨은 진주 찾아가기 위해 나선이의 숨결이
파문을 이룬다
서문은
누군가 열어주길 기다리는 창이다
반가운 이가 조곤조곤
두드리며 사분댄다
서문은
이야기가 함몰된 책의 작은 우주다
일렁이는 큰 물살 작은 물살에
뼈대가 보이며
입을 열어 말한다
"어떻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는지를"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머리
오늘도 촉수 밝은 등불이 켜진다
*** 최용만 사진 작가의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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