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있지만
박 영 대
그대 이름은
있지만 숨겨 두고 싶네
바람 앞에 나오면
출렁이는 갈대되어 바람색에 물들까 봐
어둠 속에 나오면
옷 벗은 달빛되어 어둠색에 물들까 봐
그대 이름은
있지만 숨겨 두고 싶네
둘이서만 호젓이 걸어 가면은
그 모습 너무 쉽게 보여 질까 봐
무리 속에 그림자는 뒤로 숨는다
둘이서만 서로를 생각하면은
눈 빛에서 그 속내 들어 날까 봐
두 눈을 꼭 감아 버린다
200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