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새벽
전에 살던 동네를 찾아오듯 시원스런 걸음으로 비가 쏟아진다
오다가 그치고 그치다가 다시 오고 뒤척이는 밤처럼 비가 온 밤을 적신다
기상예보는 올 여름 장마가 예년과 달리 역대의 폭우가 될 것이라고 야단이다
하지만 시골에 내리는 비는 뉴스에서 듣는 폭력적 홍수나 아파트 창으로 내리는 비와는 느낌이 전연 다르다
비를 받은 지붕에서 골을 따라 내려오는 낙숫물 소리도 반갑다고 방긋 시원한 얼굴이다
넓은 감잎을 두둘기는 빗소리가 8분음 빠른 손놀림으로 타악기를 두들긴다
어둠과 오손도손 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난 후 상큼한 아침에 집 주변을 둘러 본다
아직 어스름 가시지 않은 새벽이니 덧옷 하나 더 걸치고 마당을 나서 촉촉한 모습을 찾아 나선다
하나하나 새롭고 싱그런 얼굴들이다
꽃, 돌, 감나무, 밤나무, 상추,고추, 수박 등 밭에 심어놓은 작물들이 화장발 잘 받은 얼굴처럼 뽀앟다
우리 삶에 여유처럼 비가 내린 후에는
가슴이 넉넉해진다.
'아리산방(단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북 행복마을 경연대회 대잠리 결과 (0) | 2023.10.12 |
---|---|
단양 대잠리 행복마을 가꾸기 (5) | 2023.08.25 |
신록 (0) | 2023.05.20 |
아리산방의 봄 (0) | 2023.05.05 |
아리산방 폭설 (7) | 2022.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