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코로나 시대 딱 네 명의 문인이 모이다

아리박 2021. 1. 20. 14:27

코로나 시대 딱 네 명의 문인이 모이다

 

 

산너울예방에서

 

영원사 입구에서 다현시인 부부 가람 시인

 

가람 시인이 치악산 산너울예방에 내려 오다가 지금 아리산방에 오시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지난 달에 치악산 가람시인의 산너울예방에 가서 하루밤을 자면서 놀다 온 적이 있다

그날 자면서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때까지 오지 않던 지난 해 첫눈이 오지게 내려서 치악산 설경을 원 없이 보고 왔다

 

가람 이진숙 시인은 대금 연주가로 하모니카와 젬베 등 음악인이고 소설가이면서 시를 쓰는 멀티엔터테이너이다

각종 문학 행사에서 대금 연주를 도맡아 하고 있는 만능 예능인이다

지난 번에 젬베도 기초적인 강습을 받고 왔다

 

막걸리파인 가람 시인은 검은콩막걸리가 좋다고 둘이서 3통을 마시고 대금 연주와 시 낭송과 노래와 하모니카로 밤 한 시까지 즐겼다

늦잠을 자고 있는데 다현 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부가 문경 봉암사라는 절에 가는데 오후에 아리산방에 들리고 싶다고.

지금 가람 시인도 와 계시니 잘 되었다 오시라고 했다

그렇게 네 명이 모여 정부에서 코로나모임 제한하는 인원 초과가 아닌 딱 맞게 대면 모임을 갖게 되었다

다현 선생 부부와 함께 뵙는 자리여서 반가왔다

지난번에 정부 프로젝트에서 ICT분야의 연구원(고제수 박사)으로 특별 수상한다는 소식도 듣고 있었는데 뵙게 되었다

다행히 고박사도 막걸리를 즐겨하는 편이라서 쉽게 같이 어울렸다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로 잔이 몇 순배 돌고 문인들의 자리라서 시가 읊어지고 음악이 울리고 한 마당 흥이 돋고 겨울밤이 에워싸고 있는 산중 번개 시담이 아리산방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서편제 한 자락 그리고  무희 한 사람 있었으면 그리고 일필휘지 한지에 설중일지매 한 가지 칠 화백이 끼었으면 숲속에서 겨울 밤을 혼자 세우는 부엉부엉 부엉이도 불러 들이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학도인 고박사는 문학인들이 음악과 문학에 취하고 검은콩막걸리에 취해서 새벽 3시까지 취흥이 계속되는데는 버티지 못하고 먼저 별방에 들어 먼저 취침에 들게 했다

 

가람 시인의 대금 연주 자작곡과 시나위는 다현 시인의 시 낭송과 부드럽게 스며들어 환상적 협연을 이루었다

또한 그 작은 하모니카는 겨울 밤을 들었다놨다를 수차레 반복한다

대금과 하모니카와 젬베 3악기가 번갈아 가며 시와 어울리며 취기에 흥을 돋군다

 

어제도 새벽 한 시까지 놀았는데 아침 늦잠은 잤지만 오늘밤도 세시까지 버티는 힘은 문학과 음악에서 나오는 열정이 아니면 당해낼 수 없는 기운이다

다현 시인도 옆에서 부지런히 먹거리를 대고 평소 잘 들지 않는 막걸리도 석 잔은 기어이 마신 듯하다

대상 수상을 한 이후 다현 시인의 시 낭송은 물 오른 버들처럼 청청하기기 봄바람 탄 듯 칭칭 휘감긴다

이제껏 술을 마셨으니 차로 술을 깨야 해서 찻자리를 종례처럼 마련했다

뜨끈한 보이차를 끓이는데 냉천약수물에 보이차 2종을 끓여 숙취를 해소한다

끝내 3시가 넘어서 내일을 위해 자리를 마감하고 쪽 잠에 든다

 

 

이튿날 우리 일행은 치악산 가람시인 산너울예방으로 향했다

가람 시인은 옻오리백숙을 준비하였다

 

옻오리가 익는 동안 치악산 중턱에 있는 영원사를 찾았다

산 정산에는 눈이 내려 만년설을 연상케하며 하얗게 센 백발을 드러내고 있다

예보에서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확인이나 하듯 눈발이 하나 둘 실눈이 날리기도 한다

 

영원사는 월정사의 말사인데 신라 문무왕(676년) 의상대사가 영원산성의 수호 사찰로 창건한 1500살이 넘는 고찰이다

영원사永遠寺라고 했다가 조선 현종(1664년) 인환스님이 중건하면서 영원사( 鴒할미새영.(사전에도 없는 원자인데 언덕원옆에 새조자를 붙인글자. )로 개칭하였다  다시 1990년 무이스님이 중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찰 뒷쪽으로 영원산성이 아직도 4km정도 남아있다

영원사 편액은 가람시인이 시주하였다고 한다

 

영원사를 참배하고 내려오니 숙취도 해소되고 출출해져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푹 고아진 옻닭에 치악산 막걸리로 다시 흥을 돋군다

열 두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너울은 낙조가 아름답다

나목 사이로 마지막 하루를 태우고 스러지는 낙조는 미련도 인연도 남기지 않고 잠시 빛살을 안녕이라고 말하고 덧없이 떠나간다

 

옻은 치악산 옻이 가장 이름 났다고 한다

준비하는 동안 차로 속을 다스리고 막걸리는 치악산막걸리로 순배를 돌렸다

헤어질 때까지 옻과 함께 고아진 오리는 이틀동안 숙취에 쩐 심신을 개운하게 풀어준다

 

먼길 찾아온 벗들이 있어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의 말 그대로이다

 

 

가람 대금 연주와 취흥 아리산방

 

대금 연주에 취한 자연인

 

하선암에서 가람 시인

 

 

다현 시인 낭송에 맞추는 가람 대금

 

다현 시인 부부의 얼음놀이

 

 

 

 

영원사 입구 표지석. 옥편에도 없는 참 어려운 글자다

 

치악산 정상 상고대

 

영원폭포에서 다현 시인 부부

 

 

 

영원사 풍경

 

영원사 편액, 가람 시인이 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