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얏호! 물이 터졌다

아리박 2021. 1. 19. 08:12

물이 터졌다~

 

나흘만에 시원스럽게 터진 물소리

 

얏호!

나흘만에 물이 터졌다~~~~

 

처음 여기 와서 집사람에게 전화해서 물이 얼어서 막혔다고 했을 때

"그럼 못 있겠구만" 대번에 답이 그것이었다

 

지금 막 도착했는데 당장 다시 올라오라는 말이었다

 

그래도 버텨보자고 집안 온도를 올리고 냉천에서 물을 길어와 식수는 해결했다

자연인이 와서 해빙기로 녹여 보려 하였으나 중간 막힘에 걸려 시도하다가 말았다

 

작년에 보강공사를 한 화장실 바닥이 얼어 금이 나가고 벽타일은 깨져 뒤틀려졌다

동네 사람에게 물으니 겨울 가뭄으로 상수도 물이 부족해서 며칠간 물이 떨어졌다고 한다

온 동네가 물이 나오지 않아 소방서에서 3차의 물을 가져다 부었다고 한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에 계곡 물이 얼어서 수원지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마당에 있는 수도는 물이 나온다

마당에서 물을 길어다가 화장실 수조에 채우고 빈통을 가져다가 보충물을 채워 놓는 것이 일이다

 

부엌 설거지도 물을 떠다가 씻어야 한다

사람살이에 이렇게 많은 물이 필요한가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 동안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물이 그리 소중한지 생각 못하고 살았다

먹는 물도 중요하지만 씻고 닦고 흘려야할 물이 그리 많았던 건지 모르고 살았다

 

집안 온도를 높이고 사흘간 지내고 나흘쨋날 수도꼭지에서 갑자기 그르렁 소리가 나더니 물이 터진다

처음 나온 물은 흙탕물이 조금 나오더니 금새 맑은 물로 바뀐다

콸콸 수돗물소리가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다

 

내가 시를 쓰고 있지만 물소리 같은 아름다운 싯귀를 써내지 못했다는 걸 알아 차린다

평소에 소홀이 지나친 것들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시의 소재를 아름답고 예쁜 것들에게만 눈을 주었다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꽁꽁 얼어 막힌 수도. 얼음을 깨어내고 있는 중

 

변기 수조가 얼어 깨졌다

 

수조를 떼어내고 긴급 보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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