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당신의 살아있는 말씀 (낭송용)

아리박 2020. 7. 22. 12:00

당신의 살아있는 말씀 (낭송용)

                                        박 영 대

 

 

서른 한 살의 한 남자 이야기입니다

그는 애먼 고사목 하나 되었습니다

 

나라 밖 서글픈 북만주 하얼빈에서

하늘의 명으로

삼천만의 원한으로

세계 지도 위에 피 한 방울 그려 넣었습니다

 

불개미 집단에 홀로 뛰어들어

안된다고

그래서는 아니 된다고

 

비겁한 침묵의 세상을 향해

외칠 말을 브라우닝 권총에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외침의 정의는 부정의 심장을 꿰뚫었습니다

외침의 정의는 불평등의 복부를 갈랐습니다

외침의 구국은 침략의 옆구리를 파고들었습니다

 

보고도 못 본 체

듣고도 못 들은 체

당하고도 말하지 못하는 공포

살벌조차 얼어붙은 계절

 

누가 누구의 손에 수갑을 채워야 합니까

누가 누구의 몸에 붉은 수의를 입혀야 합니까

누가 누구의 머리에 눈 가린 용수를 씌워야 합니까

 

19091026일 그는 총성으로 태어났다

그때 그는 스승이었다, 차디찬 감옥에서 붓 한 자루로

그때 그는 아들이었다, 어머니의 눈물을 속으로 삼키게 한 불효

그때 그는 지아비였다, 결코 사랑할 수 없는 남편

그때 그는 한 사람 국민이었다, 이 나라보다 더 큰 한 사람 국민

 

서른한 해

죽임은 아직 살아있다

오래 살려 하지 마라

서른 한 해면 충분하다

 

아직도 한 맺힌 여순 감옥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이국땅 잡초 밑에 떠돌고 있을 당신의 혼백

 

~ 아직도 지키지 못한 당신의 살아있는 말씀

~ 안 중 근.

 

안중근 의사 여순감방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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