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책나라 2020 올해에 선정된 시인들

아리박 2020. 7. 21. 10:33

책나라 2020 올해엔 선정된 시인들 

 

올해에 선정된 시인들

 

김미정  김정숙  박영대  서덕동

여주애  이석곡  이희선  장인수

 

「도서출판  책나라 」에서 올해의 시인으로 8인의 공동 저자로 선정되어 출판에 동참하다

한 작가들의 시 작품  20편이 실렸다

 

작가 상호간의 교류가 있어 발간한 동인지 형식이 아니라  아니라 출판사에서 작가를 선정하였다

한 권의 책에서 개별 작가의 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의 양이 어느 정도 실리고 한 권의 책에서 여러 시인을 만날 수 있어서 나름 의미가 있다

 

참여하고 보니 전국 각지의 여러 경향의 시인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괜찮다

도서출판 책나라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0 올해에 선정된 시인들 도서출판 책나라

 

 2020 올해에 선정된 시인들

 

 필자

 

 

수록 작품 중에서

 

도시의 우수 / 김미정

 

안개의 어금니로서는

그 무엇을 씹을 수 없음을 잘 알면서

안개는 안개를 데불고

꼰크리트 위장을 가뜩 채워 놓았다

 

서릿발 같은 송곳니로

안개를 끊고 또 끊어도

우리 안에서 침식되어

다시 안개로 떠도는 우수의 안개는

마침내 안개바다를 이루었고

 

안개가 가득한 섬들 사이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안개의 음성만

해일처럼 넘치며 출렁이고 있다

 

 

 

 

낮에 나온 반달 / 김정숙

 

나를 떠나던 날

그대 다시 올 거라고 약속했었지

 

그대 오지 않고

나는 빈 하늘가에

하염없이 기다리다

하얗게 타버린 내 모습

 

그대 그리움으로 가슴 저려 오는데

이제 해는 지고

새들도 집을 찾아 나서는데

그대 그리움은 깊어만 가네

 

 

 

 

 

철길 / 박영대

 

하나의 이별보다

또 하나의 사랑을 설계했다

너는 나의 오른쪽

나는 너의 왼쪽

무거운 만큼 

곧은 기적이 외치는 우렁찬 약속

가늘지만 돌아보면 무수한 점점. 점의 길

무거운 소식도 가볍게 전하리

어깨 끈 조여놓고 끊어지도록

위아래 다른 길은 가지 않으리

아니 갈지라도 혼자는 가지 않으리

서 있기보다 바라보는 동행을 택했다

막히는 길이면 더 좋으리

비 오는 길이어도 좋으리

눈이 오는 길이어도 좋으리

당초에 헤어지는 건 상정하지 아니하였으나

멈추는 정거장마다 섭섭함이 남는 걸 보면

타고 내리는 걸음이 헤어지는 일이었구나

 

 

 

 

 

구멍 / 서덕동

 

이제 마지막이 왔다는 

작별인사인가

 

결국 양말 뒤꿈치에 구멍이 났다

 

이제 다 하였으니

그만 버리라는 것이다

 

어디든

구멍이 나면 끝이라는 것

 

마음에도 구멍이 나면

그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

 

결국 마음이 허해지면

떠날 것도 준비해야 하나보다

 

 

 

 

 

동생과 운동회 / 여주애

 

운동회 날

나는 동생의 학부형이 되어

노란 도시락에 땅콩을 담고

까만 돌솥에서 고구마 삶아내어

온갖 정성 버무려

엄마 냄새나게 해야지

야무진 생각으로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던

그날이 사무쳐 오는 오늘

나홀로 창가에 서서 뜨거운 차를 마신다

 

 

 

 

 

바람꽃 / 이석곡

 

바람 따라 피었다

바람 따라 지는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바람처럼 살다가

바람처럼 가겠네

 

 

 

 

 

연시 / 이희선

 

고마운 연시

내 손에 투명한

주홍빛이 들어오네

 

온갖 비바람을 참아내며

기꺼이 희생하는

그 주홍빛 연시

 

대자연의 뜨거운 사랑이 느껴진다

온몸의 혈액이 주홍빛으로 물든다

 

 

 

 

 

어머니 손가락 / 장인수

 

박달나무 옹이처럼 서럽게 뒤틀린

볼품없이 된 어머니 손가락

새파랗게 꽁꽁 언 하늘 대낮처럼

훤한 보름달 아래 시린 손 호호 불며

철버덕 철버덕 군복 삯빨래 한다

달이 산을 넘고 별들이 하나 둘

소리 없이 스러져 갈 때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는

여인의 서러운 눈물 앞에 무릎을 꿇고

손가락은 핏빛 박달나무 옹이가 되어

밤마다 천상을 오가며 끙끙 거리시던 어머니

나에겐 모른 척 하다가 말없이 눈을 감으신...

찬바람 거세게 불어오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붉은 산 넘어

먼 곳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