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다리. 흰뫼시문학 13집 동인지
흰뫼시문학 동인지 13집이『오후 세 시의 다리 』라는 얼굴로 세상에 태어났다
아홉명의 시인 작품으로 모아진 이 동인시집은 이번에 13집을 발간하고 있는 흰뫼시문학회의 한 해 결실이다
제호는 김상환 시인의 금호강변의 봄버들에서 오후 세 시의 다리를 건너면 새 순이 돋는 작은 오솔길이라는 운에서 가져왔다
시집 서문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이 가을에 붉게 떠난다
나룻배에 가을을 실었다
가을에는 싣고 떠나야 할 짐이 있어서 좋다
붉어지는 것은 익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 떠난다는 것
삼라만상에 붉은 색이 배합되어지는 가을
가을에는 떠남도 붉고 도착도 붉다
한 바퀴 도는 길이 어디가 출발이고 어디가 도착이랴!
떠나는 곳이 닿는 곳이고 닿는 곳이 떠나는 곳이리
유랑하는 자에겐 정처를 정하는 것이 차라리 거리낌이리니
익고
늙고
떠난다
또 하나의 도착을 위해.
오후 세 시의 다리
소양희 시인 추억 달 게제시 중에서
추억 달
소 양 희
시린 하늘에
소녀시절 그리움 떴습니다
지금껏 가슴 안에 묻어둔 그대 있어
줄 두레박에 길어낸 우물물 같은
정한 모습 오늘도 생생합니다
빛 한 줌 움켜쥐고
그늘로 숨어서 펴본 그대
얼마나 설레는 바람이었는지요
채 피지 않은 풋봉오리
어스름 빛줄기에 매달린 허망을 아직도 모르시지요
이제 와서 생각하니
안으로 파고 드는 시큼한 부끄러움은
초승에서 보름까지
날마다 날마다 커져가는 그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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