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청화 김형숙 시인 문인화 전시회

아리박 2014. 11. 15. 09:48

청화 김형숙 시인이 문인화 전시회를 열다

 

그림 그리는 시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시 쓰는 화가임이 드러났다

가을도 막바지. 가지 끄트머리에 마지막 잎사귀가 시린 바람에 팔랑개비로 시달리고 있어 길 가는 시민들도 외투자락을 여미고 찬 기운을 가리고 지나가는 도심 공원에 위치한

송파구민회관 널다란 예송미술관에 김형숙 시인의 문인화전이 열리다

 

지난 11월 12일부터 열리고 있는데 산중에 사는 내가 시간이 안돼서 이제야 찾게 되었다

구민회관 미술관이 이렇게 크고 훌륭한지 부자 동네인 송파구라서인지 규모와 시설이 인사동의 작은 미술관의 족히 3배는 되는 것 같다

또 한번 놀란 것은 그 넓은 전시 공간을 작가의 작품들로 빽빽히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섬섬옥수 정성들인 바늘땀 같은 120점의 시인의 분신이 전시장을 화려하게 채색하고 있다

 

청화 김형숙 시인은 시인으로 만나 서로 교류하면서 지내오는 문인으로 평소 말이 적고 모임에 참석해도 왔다 갔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한 시인이었다

그런 시인에게 이런 열정이 숨어 있었다니..

 

이제 알고 보니 김 시인은 구 한말 大 한학자인 艮齊 田愚선생의 高足弟로 수학한 德軒 金東述 선생의 따님이라고 하니 선조부터 문향의 가맥을 타고 난 문인인 것이다

팔순을 턱밑에 둔 어찌보면 늦으막에 타고난 자질을 내 보이는 것이 늦은 감이 있다하겠다

 

전시작품을 둘러 보니 書, 詩, 畵, 陶藝까지 문인으로서 갖추어야할 모든 자능을 다 갖추었다

梅蘭菊竹은  물론이고 초첩과 예로부터 규중부덕으로 다듬은 맵시로 세상에 있는 화초는 다 그려 놓은 것 같다

시인의 감각으로 사물을 대하고 그림에다 시심을 집어 넣는 화풍이 다른 전시에서 볼 수 없는 주목할 점이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규방 가풍에 빠져들어 작가의 삶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시인은 팔순이라고는 하나 아직 사춘기 소녀보다 더 청순함을 지닌 만년 소녀다

손끝 아직 닿지 않은 깊은 산중에 홀로 피어 향내 물신 풍기고 있는 야생화가 청화 김형숙이다

누가 보아 주기를 기대하지도 안달하지도 않은다

그저 저만치 묵묵히 피어 있다. 그리고 소임을 다하고 있다

어찌 벌 나비가 산중이라서 깊이 숨었다고 찾아 들지 않으리. 그들도 더 청갈한 꽃을 만나기 위해 부지런한 나비가 그 꽃을 향유할 것이다.

 

작가의 모습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는 그의 가족에게도 향내나게 한다

작품을 보는 동안 전시장을 관리하면서 점잖케 작품을 설명해 주는 희끗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남동생이라 한다

작가 집안의 형제화목이 어떠한가를 짐작케한다. 보나마나 자녀들도 훌륭히 키웠으리라

 

명작품이 있어 전시회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작가의 삶이 훌륭한 전시회도 있다는 걸 보고 간다

작품 하나하나에 아이를 키운 모성의 작가 정신이 올올이 배여 있는 그녀의 삶이 올곳이 펼쳐져 있음을 본다

멀리 산중에서 찾아와 전시회를 본 소감이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의 시 한편을 싣는다

 

   늦게 핀 꽃 한 송이

              김  형  숙

 

활작 피어 보지 못한 채

이대로 져버리면

어쩌나

 

너무 초라하고 서글픈 나의 여정

 

아니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 해 보는 거야

힘을 내자

 

칠십 계단을 열심히

오르다 보면

정상이 보일 거야

 

그래 바로 여기야

이제 활짝 웃는

한 송이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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