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미술

사각송반 죽일기 김삿갓 방랑시 붓장난

아리박 2022. 11. 9. 20:43

사각송반 죽일기 김삿갓 방랑시를 쓰다

四脚松盤 粥一器 사각송반국일기 네모난 개다리 소반에 죽 한 그릇
天光雲影 共徘徊 천광운영 공배회 햇빛 구름 그림자 함께 비칠만큼 묽구나
主人莫道 無顔色 주인막도 무안색 주인님아, 안색이 변해 미안해 하지 마오
吾愛靑山 到水來 오애청산 도수래 나는 청산이 좋아 물에 거꾸로 비친 반영을 찾아 다닌다오

김삿갓이 금강산을 유람할 때 일이다
금강산이 팔십리가 남았다는데 비로봉까지 팔십리인지 내금강까지 팔십리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산천을 유람하니 바쁠것도 없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절로 젖어들면서 시심에 물들어 걷고 있었다
어차피 세상을 떠도는 몸이거늘 팔십리든 팔백리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날이 저물어 이른 산골 어스름에 몸을 맡길 잠자리를 걱정하는데 " 어허 나는 새도 밤이 되면 둥지를 찾아 들건만 나는 또 친지 한 사람 없는 허허로운 타지에서 뉘집 문간을 기웃거려야 하는가?"
탄식을 하면서 불빛이 보이는 어느 마을을 찾아 들고 있었다
산골 조그마한 동네에 가난의 티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이 산골 마을로 찾아 들었다 그리고는 발길 머무는 집 문간에서 주인을 찾았다
"주인장 계십니까?"
잠시 뜸을 들이다가 허름한 집주인인 남자가 문을 열고 나온다
"뉘십니까?"
"지나가는 길손입니다. 날이 저물어 하룻밤 신세를 질까 하는데 염치 없습니다만 누처라도 묵을 수 있겠습니까?"
"묵을 수는 있으나 워낙 누추하여 부끄럽습니다"
남자는 친절하게 대답하였다
"원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불청객이 재워주시는 것만도 고마운데 어찌 좋고 나쁨을 따지겠습니까 이슬이라도 피하게 해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들어 오시지요"
김삿갓은 주인을 따라 방으로 들었다
"저녁은 안드셨지요?"
"예, 송구합니다만 그래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거드름을 피우는 무리에게는 심술을 부리는 김삿갓이지만 이처럼 순박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겸손한 김삿갓이었다
설혹 저녁을 못 얻어 먹는다해도 어쩔 수 없는 지경이였다

"여보!"
사내는 부엌을 향해 마누라를 불렀다
"왜 그러세요?" 부엌에서 아낙의 대답이 들렸다
"손님이 오셨으니 한 사발 더 주시구려"

김삿갓이 보건데 이집 살림도 넉넉지 않아 보이는데 저녁까지 신세를 지게 되었으니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었다
잠시 후 곱게 생긴 아낙이 저녁상을 들여 왔다

"손님, 비록 험한 음식이지만 드시지요"
김삿갓이 상을 보니 소나무로 만든 개다리 소반에 죽이 한그릇 얻어 있는데 김치 한 보시기가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저 때문에 혹시 안주인께서 끼니를 거르시는 것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아, 그야 모자라면 또 쑤면 되지 않겠습니까 걱정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

김삿갓은 수저를 들었다
죽은 미음처럼 묽었다 " 그래 어떻게 사십니까?"
김삿갓은 이런 죽으로 끼니를 삼으며 어떻게 살아가는가 염려가 들기도 하였다
" 이런 산골에 사는 놈이 별 수가 있습니까, 그저 나뭇짐이나 져서 이렇게 풀칠이나 하는 거죠"
주인의 말을 들은 김삿갓은 코끝이 찡해 옴을 느꼈다 ( 세상에는 하찮은 글줄이나 배워 그것을 팔아 거들먹거리며 사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김삿갓은 막연한 분노에 치를 떨었다

"실례입니다만 내외간의 금슬은 어떠신지요?"
김삿갓은 이들 부부가 이렇듯 곤경하게 살면서 무슨 재미로 사는지 궁금하여 물어 보는 것이었다
"금슬이요? 헤헤헤 .... 그야 이를 말씀입니까?" 사내는 갑자기 신명이 나서 부끄럽지만 힘있게 대답했다
"그럼 됐습니다 많은 재물로 호의호식하면서 살아도 내외간에 금슬이 좋지 않아 불행하게 보내는 사람이 많은데 주인장께서는 비록 가진 것은 없을지 몰라도 내외간 금슬이 좋으시다니 남들이 부러워할 행복을 가지신 분들입니다"김삿갓은 이렇게 주인 사나이를 위로하고 그날 밤을 초라한 그 집에서 보내고 다음 날 떠나면서 이 시를 지어 남겨 놓았다

김삿갓 죽일기


어느 분과 긴 통화를 하게 되었다
통화를 하는 동안 붓을 들어 A4 용지 한장을 꺼내 이 김삿갓 시를 장난질해 본다
내용이 너무 한가롭고 여유로와서 통화하는 동안 이런 마음의 여유를 상대에게 전해줄 수 있었는지 모른다
글씨는 이렇게 입과 귀로는 다른 일을 하면서 손과 눈으로 달리 할 수 있는 손이 할 수 있는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