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심우]로 만해를 다시 만나다
심우장 尋牛莊에서 무료로 공연하는 뮤지컬
지난번 심우장 방문 때 광고를 보고 적어 놓고 기다렸다
줄거리는 1937년 봄. 만해 한용운 선사께서 심우장에 기거하고 있을 때 독립운동가 일송 김동삼 장군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로 사망하였으나 시신을 인수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시신을 모셔다가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조문객은 단 20명에 불과하였다. 다들 일제가 두려워 문상조차 꺼리는 상황이었다
죽음으로 나라를 위해 바친 목숨인데 몰라라 하는 세상이 얼마나 비참하고 절망적인가
만해의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는 절규가 심우장에 흥건히 쏟아져 흐른다
"한나라의 큰 별이 떨어졌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네"
하나 밖에 없는 딸에게 일제의 호적에 올릴 수 없다하여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일제 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가정 교육으로 키우는 엄격한 가정이었지만 부녀간에는 친정이 있게 마련이다
티없이 맑은 소녀 발랄한 딸 영숙은 아버지를 중님(스님), 선생님, 땡중. 가끔 가다가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설레발이다
그래도 시는 잘 쓴다며 가장 좋아하는 시가 [나룻배와 행인]이라며 아버지 시를 애교스럽게 읊는다
어찌보면 이 당시 만해선사는 심우는 종교적 진리를 말하는 자아 찾기같은 거창함을 말하려기 보다는 일제의 탄압속에 극도로 피폐해진 조선의 인심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관계마저 져버리는 세태, 이 처절한 현실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다
지금 이 상황은 진리같은 사치스런 문제는 이야기 대상이 아닐 것 같다
우리 민족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듯한 인간 말종의 일본제국주의.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압박해 오는 막막함과 육체적 고통으로 다가오는 피말리는 현실에서 마음을 찾고 진리를 논하고 행복을 말하기에는 현실은 너무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누구 탓을 할 수도, 터 놓고 말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상황에서 자아 찾기라는 한가한 논제가 가능했을까?
"님이여. 오셔요, 오시지 아니하려면 차라리 가셔요. 가려다 오고 오려다 가는 것은 나에게 목숨을 빼앗고 죽음도 주지 않은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책망하려거든 큰 소리로 말씀하여 주셔요. 침묵으로 책망하지 말고. 침묵으로 책망하는 것은 아픈 마음을 얼음 바늘로 찌르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보려거든 차라리 눈을 감으셔요. 흐르는 곁눈으로 흘겨보지 마셔요. 곁눈으로 흘겨보는 것은 사랑의 보에 가시의 선물을 싸서 주는 것입니다"
이 시에서와 같이 만해는 是와 非를 대치 시키면서 우리에게 백척간두로 생각을 내몰고 있다.
요즘 역사 교육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른 어느 역사 공부보다 이 뮤지컬 [尋牛]를 한번 보고나면 가장 확실한 역사 공부가 될 것 같다.
심우를 만든 극단은 [더늠]이라는 극단인데 성북구 지역에서 역사와 시대정신에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젊은 극단이라고 한다
공연을 보고나서 젊은 배우들과 가까이 만나고 싶어 자리를 제안하였더니 기꺼이 응해 주었다
만나서 요즘 젊은이들의 시대적 애환도, 극단을 운영하는 애로도, 예술을 위해 정진하는 열정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출연진
한용운 역 김준겸. 한영숙 역 이초롱
제자 1 역 이원범. 제자 2 역 윤상희
제자 3 역 손종기
작/ 연출 차지성 곡/ 음악감독 이보람
안 무 장원정 분 장 김수경
의 상 조은영 진 행 박하진
자 문 성북문화원
6/17 (토) 11:00, 13:00
6/18 (일) 11:00
6/24 (토) 11:00, 13:00
6/25 (일) 11:00
6/29 (목) 13:00
이번 유월달 공연 일정이다
뮤지컬 심우 전반부를 동영상으로 올린다
공연 전 성북 문화원 관계자가 나와 심우장과 만해에 대해 사전 해설이 있다
만해선사가 고양이 부르기로 공연은 시작됐다
말괄량이 딸 한영숙
곱게 시낭송도 했다 [나룻배와 행인]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 인사
만해선사가 심은 향나무
장송 한그루가 있는데 수령으로 보아 같은 연대에 심어진 걸로 파악된다
독립투사 김동삼 장군. 가곡 선구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소주도 한 잔씩 나누고
잘 생긴 배우들
뮤지컬 히로인 초롱이도 만나고.
심우 히어로 준겸이
어찌하다 보니 청산도 아리랑도 낭송하게 됐다
필자의 시낭송에 열중하고 있는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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