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소나무 문양석. 古松圖. 孤松圖. 老松圖

아리박 2016. 8. 22. 10:55

소나무 문양석. 古松圖. 孤松圖. 老松圖


2016. 6. 11 더위는 찌고 가뭄은 계속되어 길게 드러눕은 남한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용트림처럼 꾸물거리는 형국이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남한강에 물이 차서 그득한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으련지..

 

단양 하진리를 지나 투구봉쪽으로 강바닥에 차가 지나가서 생긴 강변길을 내려 가다가 보면 구미마을 건너편에

물속에 잠긴 돌밭이 있다. 거의 돌이 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그곳에 돌밭이 있는 줄 알지 못한다

가끔 나는 이곳에 와서 탐석한 적이 있다

 

언젠가 이 부근에서 별이 뜨는 돌을 탐석한 경험이 있다

이 돌은 불빛을 비추면 수많은 별들이 번짝인다

불빛을 움직이면 까만 밤하늘의 별처럼 보였다 숨겼다를 교차한다

이 돌은 책상머리에 두고 밤이면 스포트 불빛으로 서서히 움직이며 밤하늘의 성도를 따라가 본다


강바닥에 뻘이 발목을 덮고 물이 장화목을 넘실대는 수중 탐석이다

수면위로 나온 둘들은 잔뜩 갯펄을 둘러 쓰고 있어서 석질을 파악하려면 물로 씻어 보아야 한다

물속을 걸으면 금새 갯펄이 일어나 물속이 흐려져서 탐석 조건으로는 아주 좋지 않은 곳이다


워낙 다양한 석질이 나오고 옛날부터 좋은 돌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하나라도 건지기를 기대하면서 달빛이 강바닥을 소리없이 걷듯 조심조심 돌을 찾아 나선다

물이 빠져 나타난 그리 크지 않은 수중 돌밭이어서 그야말로 돌이 나를 기다리다가 만나주어야 한다

그야말로 운수보기이다


물속을 걷는 일이 힘이 들고 힘들게 꺼내보면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나타나 몸을 지치게 한다

돌을 꺼내다 보면 바지가 젖는 줄도 모르고 용을 쓰다보면 어느새 바지와 속옷까지 축축히 젖어 있다

 

수심이 깊은 곳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장화목의 길이가 오늘 탐석의 한계인가 보다 

어렴풋이 더 깊은 곳에 형체를 보이는 돌이 있으나 너무 깊어 손을 쓸 수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물속에서 희뜩이며 돌이 눈에 들어 오면

뻘속에 박힌 돌을 일으켜 세우는데 탐석용 스텐 피켈이 휘어져 버린다

더 큰 돌이 누르고 있고 뻘 속에 깊이 잠겨 있어서 물 위로 드러내기가 여간 힘이 든다

힘들게 세워 놓고 보면 그저 그렇다

다시 바위에 휘어진 피켈을 반대로 펴고 어딘가에 나를 기다리는 돌을 하염없이 찾아 나선다


하다보면 물 깊은 곳으로 점점 더 들어가게 마련이다

자칫 잘못하면 위험한 상황

장화목이 넘을 것 같은 곳에서 물속으로 미끈하게 생긴 돌에 희뜩이면 문양같은 것이 눈에 뜨인다

장화목을 넘어 물이 들어 오는 줄도 모르고 그 돌을 향해 한걸을 더 들어 간다

돌을 들어 보니 물속이라서 부력에 의해 어렵지 않게 들린다

돌 중심을 거쳐 크게 문양이 지나가는데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소나무 등걸 같기도 하고..


물 속에서 몇 걸음 얕은 곳으로 옮기고 살펴 보았다 

노송의 늙은 껍질을 덮은 몸통이 확연하게 보인다

세월을 이겨낸 흔적이 여실한 모습으로 뻗어가다가 다시 굽은 세한의 고통을 이겨낸 노송이다

아래로는 잎을 피지 못하고 말라 죽은 가지가 그대로 고사목이 되어 눈비를 맞고 있다

고사목 가지가 이찌나 사실적인지 어느 화가가 이런 소나무를 그릴 수 있단 말인가.


높다란 우듬지에 마지못해 피원낸 솔잎사위가 힘겹게 돋아나 있다

물밖으로 옮겨 놓고 나름 감상해 본다

세한도에 그려진 孤松같은 세월도 권력도 다 지나가고 혼자서 쓸슬히 세한을 겪고 있는 추억 아스라한 노송 한그루이다

물밖으로 짊어지고 나오는데 죽는 줄 알았다


 

 


가져다가 놓고 있는데 아리산방을 방문한 화가 한 분이 돌을 보더니 남농 선생의 소나무 그림보다 더 낫다고 한다

자연이 그려준 만년을 변하지 않을 소나무 그림 한 점 갖게 되었다

귀하게 얻는 고송도 좌대를 만들기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했다

마침 잘 삭은 관솔이 있어서 천년송에서 천년솔내가 베어나오도록 하면 괜찮겠다 싶어 관솔엉치에 올려 놓았다


 

단양 하진 구미마을

39 * 35 * 18

좌대 길이까지 하면 85cm 크기입니다.


                   古松圖. 孤松圖. 老松圖



 

 

가져다 놓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앞 뒤태 살펴보고 하기를 두어달은 지난 것 같습니다
안고 만지고 쓰다듬다가 이런 시 한 편 만들었습니다

 

   긴한 얘기

                            박영대


노송 한 분 돌 속에 정좌하다


계절이 서둘러도 서두르지 않은

뿌리 때 부터 타고난 절제

대놓고 유년의 고픈 삭박

무슨 자책 때문에 태초의 짐 짊어지고 산단 말인가

차마 기억조차 통째로 잘라낸 고행

그 삶이 굽은 것은 몸 안에 강물 하나 품었기 때문

가시잎 같은 나날 잘게 쪼개

오래된 가려움 후련히 긁고 있다

버리고 헐은 흔적 관솔로 품어

켜켜이 책 읊는 소리


살다가 살다가 묻고 싶을 때

그대 앞에 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