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자연인을 따라 하다가..

아리박 2016. 2. 25. 18:25

자연인을 따라 하다가..


요 며칠 자연인을 따라 다니면서 고로쇠물 받아오는 작업을 도왔다

나는 그를 나뭇꾼으로 부른다

산에서는 몸놀림이 멧돼지처럼 거침없고 나무에서는 다람쥐처럼 날렵하고

산에서 내려오면 나뭇꾼처럼 마음씨가 곱다

산에서 나오는 진귀한 것들을 남에게 주기 좋아하고 그래서 그의 옆에는 항상 사람들이 끈다

산중에서 도구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서 쓴다. 그의 손은 필요한 물건을 바로 만들어 낸다

문명에서 다소 떨어져 다소 신기해 보이기는 해도 어찌 보면 우리가 문명의 우리안에 갇혀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욕심이 없어 살기에는 불편한지 몰라도 마음만은 진정한 자유인이다


그를 따라 산에를 가면 길이 없는 곳으로 다녀야 한다

바닥은 흙이 아니라 돌밭이다. 굵직굵직한 바위만한 돌들

이런 돌밭을 다닐 때는 돌을 디뎌야지 잘 못 돌틈을 디뎠다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에 빠져 발과 다리를 다칠 수 있다

또 작은 돌을 디뎠다가는 돌이 흔들려 몸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발과 다리에 힘이 두배는 더 든다


따라 다닌지 이틀만에 엄지 발톱이 검게 변하였다

어디에 특별히 다친 것도 아닌데 양쪽 발이 다 얼이 들었다

분에 맞지 않게 산중 나뭇꾼을 흉내내다가 발이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

이대로 두면 발톱이 빠지려는지 욱씬거린다

 

그런 그가 단양 단성면 대잠리 두악산 자락 기슭에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다

산중 나뭇꾼 이찬희 씨. 동네에서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동네일꾼이다

그를 sbs 생방송 투데이프로에서 자연인으로 취재를 해 방영되었다

 

그런데 충북지역에 CJB(청주방송)에서 지역 자체 방송을 송출하는 바람에 인근 사람들은 거의 본 방송을 보지 못했다

지역민이 출연한 중앙방송이 그 지역에 방영되지 않으면 그 효과가 거의 없어질 게 뻔하다

지역 자체 방송도 중요하지만 이런 지역민이 출연하는 방송은 나중에라도 방송해주어야 마땅할 것 같다

 

방송프로를 비디오로 촬영해서 블로그에 올렸더니 포털에서 저작권에 저촉될 수있다고 삭제한다

그래서 방송된 영상을 올리지 못한다

제도가 매우 불합리한 것 같다

 

법과 제도에 억매여 당연히 해야할 것을 못하는 그물에 스스로 묶이는 격이다.

 

 

자연인을 따라 하다가 양쪽 엄지 발가락에 멍이 들었다

 

이 길은 좋은 길이고 길이 아닌 곳에 고로쇠나무가 있어서 바위를 넘어 물을 받아 옮겨야 한다

 

시원한 고로쇠 한 모금 마시고 난 후

 

자연인 이찬희 나뭇꾼.

 

자연인이 사는 산중에 그의 맘같은 달이 떠오르고 있다

 

아리산방에서 자연인과 sbs취재팀 PD

 

하선암에서 취재팀과

 

 

취재팀과 함께 아리산방에서

 

산중 자연인의 집에서 고로쇠 토종닭백숙이 끓고 있다

 

고로쇠토종닭백숙 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