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진정한 예술인. 고강 김준환 선생을 찾아서

아리박 2014. 5. 22. 09:57

진정한 예술인.

  고강 김준환 선생을 찾아서

 

詩. 書. 畵를 달통한 요즘 보기 힘든 진정한 예술인. 고강 김준환 선생.

그의 문학과 삶, 예술의 면면을 듣기 위해 그의 은처를 찾았다

 

단양 외중방리 강섶 시인의 거처.

남한강 물굽이가 제비봉을 꼬리로 치고 건너편 말목산을 휘감아 흐르고 S자로 용트림을 하면서 양벽에 기암괴석과 말갈기같은 산세를 이루니 강은 용이요 산은 거북이다.

바로 제비봉을 힘차게 치고 기운을 받는 곳 얼음골 바로 밑에 구미(龜尾)마을이 있으니 선생의 거처는 호수가 물을 품으면 발 아래까지 넘실거리는 인가 세 채 가운데 하나이다.

하류로 십리도 안가서 구담봉이 있으니 거북이야기가 여기에서 부터 시작되는가 보다

 

강변에 모여 살던 전답과 인가들은 호수가 담수를 시작하면서 다 떠나고 남은 세 가구만이 고목나무에 새집처럼 덩그마니 얹쳐 있다

강바닥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이 구절양장처럼 가늘게 구불거리면서 강의 내장을 풀어 놓은 듯 풀숲을 갈라 놓는다

지금은 남한강 수중보 공사를 하느라 기계음 소리가 요란하다

 

마을 입구에 마당처럼 만들어 놓은 주차장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주차장에서부터는 오르막 계단으로 이루어진 마을 안 길이 여느 마을과는 다르게 오래된 오지 산골 그대로다

 

그 계단길 옆에는 이 마을의 유래라도 말해주듯 수백년 넘은 당산나무가 뱃속을 휑하니 비운 채 제 몸 버티기도 겨운듯 허리를 구부리고 있다

길 옆으로 온갖 풀과 꽃들이 제멋대로 피고 지고 있는데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무성하다

 

선생이 거처하는 대문에는 壽와 福이 비바람에 삭혀진 고글씨가 되어 고태미를 더해주고 있다

나그네를 맞는 대문부터가 예술이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마당에는 갖가지 풀과 꽃과 나무와 돌과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데 혼자 사는 선생이 정리하기에는 힘에 부친 듯 그냥 함께 있는데 들쳐보면 선생의 작품들이다

 

여기에 자리 잡고 오직 시,서,화에만 의접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천연의 삶이라 티끌이 없다

雲高雲來山不爭( 구름이 왔다 갔다 저리 자유로운 것은  그 안에 산이 서로 다투지 않기 때문이다)이라고 화두를 꺼낸다

바라다 보이는 것이 강과 산이니 거기에 수시로 나타나는 구름이 그의 말벗이리라

 

세속에 눈들이지 않고 살아온 시인의 살림에는 허물어져가는 초옥과 풀 우거져가는 마당에 수북히 쌓인 고적같은 시간만이 적시어가고 있다. 어느 시대나 예술가에게는 고독과 청빈이 따라붙는 누더기인지도 모른다.

아침산에 걸려있는 안개와 같은, 만년수마를 받아낸 수석같은, 수 천도의 불을 받아낸 도자기로 말하면 요변같은 삶이다

 

방안에 들어 茶談, 詩談, 書談, 石談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하루 해가 기운다

자작의 시를 붓글씨로 써서 그림을 붙여 시화로 만들어 놓으니 한 편 한 편이 예술이다

이런 작업을 50년 넘어 해 왔기에 몸에 붓놀림이 익어 한번 휘두르면 강물이 회오리치고 한번 찍으면 수목이 꽃을 핀다

그러하니 선생의 작품을 구하기 원하는 이들이 많아 생활의 방편이 되고 있다

 

방안 곳곳에 목각, 도자기, 서화, 작품들이 상자마다 가득하다

작품을 보고 촬영하는데만도 하루로는 버겁다

겨우 한 상자의 작품을 보았는데 다리에 오금이 저리다

 

다리도 펼 겸 밖으로 나와 강변으로 난 산책길을 걸으니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산을 데려다 앉히고 정갈하게 씻기고 있는 강의 모습이 옛 누님 같다

동구밖에 나가 놀다 먼지 투성인 개구쟁이에게 물가에 세우고 바지 걷어 올리고 손발을 씻겨주던 아슴한 기억이 새롭다

 

얼음골에서 내리는 계곡으로 맑은 물이 재잘거리는데 바닥에는 바위들이 그가 일필지로 휘몰아친 담묵의 산수화 그려 놓은 듯

암경이 한폭의 진경산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시는 선생의 거친 숨소리가 받쳐오듯 거칠다

강을 돌아 오는 저물녘 산책길에 새로 돋아난 찔레순이 연하게 피어나고 오월 향기가 우리 발걸음을 따라오고 있었다

 

 

석담을 나누면서 자기의 작품에는 모든 작품에 돌이 들어있다고..

 

통나무 판에 붙인 시화작

 

젊었을 때 다른 길로 갈 기회가 많았지만 오직 문학의 한 길로 정진해 왔다고..

 

자화상

 

나의 시는.

 

풍경 수묵

 

 

 

판각

 

 

 

고르지 못한 숨소리가 부담이지만 지금도 즐기는 궐연.

 

작업하는 책상

 

나이들수록 문학에 정진하고, 시간이 다할수록 道와 교감하고 싶디는 근래의 생각을..

 

 

 

 

 

빨래판 위에 쓴 작품

 

 

 

 

 

 

 

 

 

 

 

고강 선생댁 대문. 壽. 福

 

계단 고샅

 

천년 당산나무

 

 

고강선생댁 뒷담

 

묵은 개복숭나무

 

詩談.  고강. 그칠줄 모르는 문학의 열정을 설하다

 

石談. 시, 서, 화, 도예, 다방면으로 생각이 걸쳐있다

 

 

 

 

 

 

 

판액

 

 

 

다기

 

 

 

 

 

 

 

 

 

 

 

 

 

 

 

 

 

 

 

 

 

 

 

 

 

 

 

 

 

S자로 굽이치는 曲江

 

수중보 공사

 

산책길로 나서다 받힌 숨소리같은 노시인의 걸음도 잠시 쉼이 있었다

 

얼음골에서 내려온 계곡을 따라 강변으로 난 산책길

 

강가에 사람이 살던 흔적이 물속에 반반 잠겨 있다

 

 

계곡 깔려 있는 바위에는 또 하나의 수묵 산수화가 펼쳐져 있다

 

年老文思進 時窮交道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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