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암의 아침 산과 계곡은 잠에서 깨어 났는데 아직 사람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위를 돌면서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일찍 잠을 깬 작은 산새 한쌍 포르륵 포르륵 서로 번갈아 가면서 낮은 가지에서 부터 몇 차례 단계를 거치며 차츰 위로 날아 오르면서 내는 청명한 소리가 아침의 시작이다 이름조차 모르는 새에게서 내가 위안을 받고 있으니 미안한 일이다 새벽에 일어나 산책길로 하선암을 거치는데 이곳에 올 때마다 경치에 팔려 눈으로 아침을 시작했는데 오늘 아침은 물소리 새소리로 들으면서 귀로 시작한다 계곡 사이를 물안개가 피어나 넘어가는 밤을 아쉬워하기라도 하는 듯 어둠의 끄트머리를 토닥이고 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태초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판상절리에 올라 앉은 하선암(불암)이 모두에게 아침의 빛을 나누어 주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