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바위를 사랑한 시인 둘
<첫날>
2025. 5. 2~ 4일까지(2박3일) 시인과 함께 아리산방 돌을 만나러 나선다
예전부터 약속을 잡았다가 미끄러지기를 몇차례하다가 어렵게 성사되었다
동반하는 시인은 남정(南亭) 손해일 시인이시다
손시인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문학계에서 큰 강처럼 유유한 시인이다
문학박사이면서 행정력까지 갖췄으니 더 이상 이름을 얻는 것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한국현대시인협회와 국제펜한국본부에서 이사장을 역임했으니 문학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서울에서 동트기 전에 출발하여 수원에 도착하여 함께 타고 출발하여 아리산방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첫날 찾은 행선지는 문경 상주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상류 영강(潁江)탐석지.
이곳은 문경 구랑리에서 흘러드는 풍부한 수량에 검고 강직한 영강 석질이 남한강 오석에 견줄 정도로 알아주는 탐석지다
십여년전 이곳에서 찾은 돌 한 점은 지금까지 아끼는 애석으로 매만지고 있다
손시인에게 석질 좋은 돌을 보이기 위한 속셈으로 찾은 내심 맘먹고 보여준 탐석지이기도 하다
또한 맘먹고 구입한 장비도 준비하여 같이 땅을 파서 기어이 한 점 찾기로 작정하고 바닥을 뒤지려고 하였으나 자꾸 멀리 돌아다니는 바람에 작전이 빗나가고 혼자서 하려니 힘이 들고 나도 지쳐갔다
워낙 많은 탐석꾼들이 다녀간 곳이라 눈에 보이는 곳은 이미 눈을 탔으니 새로운 놈을 찾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땅속을 뒤집는 길 밖에 없다 그러다가 한 점 찾으면 그것이 대박이 나는데 그걸 모르고 밖으로만 도니 . . . .
점심 준비도 하지 않아 먹을 것도 없고 인근에 식당도 없어 손시인이 집에서 준비해온 쑥개떡 두 개와 순대 몇 점으로 허기를 달랜다
빈손으로 헛탕치기는 싫어서 참고 점심 때가 기울도록 강에서 버티고 어려운 작업을 지속했으나 별반찮은 성과에 아쉬운 마음으로 오늘의 탐석작전을 접어야 했다
집으로 돌아 오다가 선암계곡에 들어서서 선암계곡 맑은 물소리나 들어볼까 하고 계곡에 들어가 퇴계선생 이야기를 꺼내 선암계곡 아름다운 전설에 대해 방담을 나누며 걷고 있는데 손시인이 발끝에서 찾아낸 토파석 한점을 들고 만족해 한다
검은 석질에 선암계곡의 암벽처럼 직각으로 떨어지는 벼랑과 거세게 몰아치는 물길을 바쳐주는 든든한 암벽을 닮은 토파석은 산 높고 물 깊은 낭떠러지 잠(岑)자를 대변해 주듯 상산암 중선암 하선암을 이룬 대잠(大岑)리 지명에 걸맞다
영강에서 허탈한 마음으로 돌린 아쉬움을 선암계곡에서 충족하다니 다행이다
아리산방에 도착하여 훈제고기를 뎁히고 고량주 한 병을 나누면서 봄밤 이슥토록 춘정 시담에 빠져든다
문학속에는 문학이 못된 이야기들이 돌밭에 흩어져 있는 잡석 같이 수석인이 버리고 간 잡석처럼 얼마나 많은가
붓으로 쓴 벽에 붙은 지난번 아리산방 시담 주제였던 춘망사(설도) 시를 보고 한 눈에 알아보면서 동심초를 노래한다
우리 가곡 동심초는 설도시 춘망사 중에서 3연을 김억이 번역한 곡인데 이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다
이 곡의 가사는 김억 선생이 번역을 하면서 4차례나 퇴고한 고심의 역작이다
한번, 두번, 세번, 마지막 네차례나 퇴고하여 지금 우리가 부르는 동심초 노랫말이 탄생하였다
그래서 설도의 시 춘망사를 번역한 김억 선생의 고뇌를 알 수 있고 네 차례나 퇴고를 하는 중에 번역이 유려해지고 점점 더 아름다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김억 선생의 제자였던 김소월도 이런 춘망사에 취해 실버들이란 가곡의 가사를 쓰게 된다
우리 문학사에 이런 아름다운 춘정에 취해 만든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느낌을 주는 주신 선배 시인들이 있었으므로 이 밤을 더욱 즐길 수 있어 좋다
동심초
설도 시 춘망사를 김억 번역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목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 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실버들
김소월 시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 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 내 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님이야 어이 잡으랴
한갓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 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 바람에 풀벌레 슬피 울 때엔
외로운 맘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손해일 시인이 서초구 음악회에서 부른 가곡발표회가 생각난다
매헌아트홀에서 가곡발표하는 장면에서 시인의 또 다른 면을 보았다
아리산방 산중 깊어가는 밤을 가곡과 함께 할 수 있는 문고리가 되어 준 것은 춘망사였다
춘정을 이기지 못하고 무반주 엠프를 켜고 마이크 들고 자정이 되가도록 가곡을 교대로 불렀다
우리 둘이서 아는 가곡은 모두 부른 것 같다
가곡 부르는 걸 보니까 아마추어치고는 손시인의 노래 솜씨가 수준을 얻은 듯하다
내가 부르면 음이 오르지 못하고 자꾸 다급해지는데 그런 면에서 가곡 학습과 연습을 해서인지 부르는 톤이 매끄럽다
버킷리스트로 자작시를 작곡한 곡이 30여곡되는데 직접 부르고 싶다고 한다
직접 작곡한 노래 취입문제로 늦춰서 일정을 잡은 것이다
<둘째 날>
오늘 행선지는 한강 상류 영월 동강이다
동강 중에서 여명석(黎明石) 이 나오는 장소다
어제 밤 늦게까지 노래와 시담으로 흥을 돋웠던 밤이었지만 돌나물과 10년된 더덕과 훈제육에 곁들인 고량주 취흥도 맑은 활인산수 바람이 개운하게 몸을 씻어준 것 같다
아침이 거뜬하다
그런데 날씨가 밤 동안 비가 내리더니 아침까지 계속이다
비 그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오늘 일정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일기예보로는 오후에는 그친다는 것이다
미리 일정에 정한 것이니 그냥 비가 좀 오더라도 진행하기로 한다
기온 변화에 대비해서 옷 한겹을 포개 입고 비옷을 준비하고 준비된 장화로 비에 대비한다
한 시간을 달려 현장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먼저 와서 한 짐 짊어지고 나오는 탐석꾼이 있다
오늘의 작품 주제는 여명이다
새벽 어둠을 태우고 돋아오는 어둠 뒤의 여명은 날마다 새날을 열어주면서 늘 새벽의 청정을 새로 갈아 준다
여명은 우리들의 새로운 시작이요 새로운 기운이다
여명석이 있으면 언제든지 새벽의 맑은 기운을 보고 싶으면 스프레이 하나만 들면 된다
어둠을 깨우고 밝아오는 아침
활력과 새로운 기상을 느끼게 해주는 엄청난 획기적인 전환점이지만 사실은 매일 일어나는 일상이다
우리가 게을러서 매일 보지 못하는 것 뿐이다
매일 여명을 보고 사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언제든지 여명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명석 하나면 이런 꿈을 실현할 수 있다
오늘 여명을 얻어갈 수 있을지 빗속에 도전을 해 보기로 한다
이곳은 수량이 많아서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단단한 석질에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여야 한다
급물살을 건너고 땅속에 박힌 여명석을 찾아 강 바닥을 헤맨다
아침에 부지런한 한 사람을 제하고는 우리밖에 없다
물살에 부댓기고 돌밭을 헤매느라 어찌나 돌아 다녔던지 발톱에 멍이 들었다
손 시인도 처처소소를 헤매느라 여념이 없다
맘속에 그리던 새벽 여명을 찾아서 잠시도 눈 돌린 틈이 없다
밥 먹을 생각도 없다
시어 하나를 생각해 내기 위해 눈을 감고 머리로 온갖 궁리를 하듯 여명 하나를 얻기 위해 눈과 발이 고달프다
시가 다듬어지기 위해서 상징과 서정의 아련함이 필요하듯이 여명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어둠과 밝음의 아련함이 있어줘야 한다
손시인은 아련한 지평선 위에 밝아오는 여명석 한 점을 얻는 행운을 땄다
오늘밤에는 그 동안 가져온 탐석품평을 하고 2015년산 다래주를 땄다
10년전에 산을 헤매다가 찾은 산다래 한가득 매고 와서 담근 다래주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니 더 좋다
<셋째 날>
오늘은 선암계곡 탐방이다
돌을 아는 사람만 가는 자연의 명물 초코바위 알현이다
선암계곡 탐방로를 따라 자연 그대로 계곡로를 따라걸었다
선암계곡의 초코바위
일반인들에게는 하선암이 최고
수석인들에게는 초코암이 최고
초코바위와 눈이 마주치자 정신이 확 깨며 온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다
한번에 나를 제압하여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지고 사지가 후들거린다
보는 순간 세상 모든 부귀영화 홍진이 아무런 의미도 사라진다
그간 부린 욕심과 경쟁과 그제 어제 오늘까지 찾아나선 탐석까지도 의미가 없어진다
가까이 다가가서 얼싸안고 얼굴을 부딪고 입술을 갖다댔다 바위에게 응석을 부렸다
어찌나 시원하게 정신을 차리게 해 주던지 머릿속 뱃속까지 시원하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묘한 신비력이 온 몸을 감싼다
모든 걸 버리고 여기 이 바위에 안긴다, 어머니 품.
어디서 느낄 수 없는 포용과 다 받아 줄 것 같은 안락을 몸이 느낀다
몸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
그 중에서 손 시인은 천년세월 간직한 초코바위 수반위에 이끼 덮인 수반 한 점을 취하였다
초코바위 위에 천년이 그대로 앉아 있다
돌바닥에 엉덩방아를 몇 번 찧고 물에 빠져 온 몸이 차가운 물에 적신 댓가에 배려라도 하는 듯 수반석 한 점을 허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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